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통합에 합의했다. 서울 지하철 노사정 협의체는 지난주 통합에 합의했으며 노동조합들은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통합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하철 양 공사 통합의 목적으로 시민 안전과 공공 서비스 확보를 꼽았다.
하지만 지하철 노사가 합의한 통합안을 들여다보면 지하철 통합이 과연 시민의 안전과 이익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통합의 근본 목적이 노조의 기득권 챙기기에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지하철 노조는 최근 조합원들에게 지하철 양 공사의 통합으로 임금이 1인당 연평균 약 210만원 인상된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노사는 통합 합의안에서 중복 인력을 감축하는 대신 그에 따른 인건비 절감액의 55%를 임금 인상 등 직원 처우 개선에 사용하기로 했다. 특히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배포한 문서에서 ‘성과연봉제 미도입에 따른 행정자치부 임금 동결 조치 선제 대처 방안 고려’라고 설명한 점이 눈에 띈다.
앞서 서울시는 서울메트로·도시철도공사 등 시 5개 투자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노사 합의로 결정하기로 했다.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노조의 입장을 고려하면 사실상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는 지방 공기업의 내년 임금을 동결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지하철 노조가 성과연봉제 미도입에 따른 내년 임금 동결을 통합에 따른 임금 인상으로 보상받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하철 통합의 근본 목적이 시민 안전이 아닌 노조의 임금 보전에 있는 셈이다. 지하철 양 공사의 통합이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청년 일자리 창출에 역행하는 점도 문제다.
지하철 노사는 앞으로 4년간 중복 인력 1,029명을 감축하되 강제 구조조정은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근로자 퇴직에 따른 신규 채용을 자제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자연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양질의 청년 일자리가 그만큼 사라질 수밖에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미취업 청년들에게 매달 50만원의 현금을 주는 청년수당 정책을 밀어붙이며 중앙정부와 날 선 대립을 펼쳤다. 하지만 지하철 노조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정작 청년들이 간절히 원하는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는 모순된 정책을 펴고 있다.
서울 지하철의 주인은 시장도 근로자도 아닌 바로 시민이다. 따라서 지하철 양 공사의 통합도 특정 세력의 이익이 아니라 철저하게 전체 시민의 이익을 위해 이뤄져야 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jy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