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전 차병원 그룹의 건강검진센터를 드라마 주인공의 이름인 ‘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이용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최순실씨 일가의 행적에서도 역시 ‘라임’이라는 이름을 쓴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첫 번째 흔적은 최씨의 조카인 장시호(37)씨가 2014년 8월 제주 서귀포에 차린 ‘더 라임’이라는 이벤트·광고 회사다. 당시 제주에 케이팝 상설공연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돌 때여서 최씨 측이 이와 관련한 이권을 노리고 세운 것이란 해석이 나온 바 있다.
‘더 라임’이 세워질 때쯤 서울에는 또 다른 ‘라임’이 등장한다. 16일 법인 등기부를 조회해본 결과, 이 회사는 ‘라임프로덕션’이름으로 2014년 11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빌딩에 본점을 둔 채 법인 등기를 마친 스포츠마케팅 회사였다.
해당 회사는 이듬해 3월에 한 차례 ‘에르보르’로 상호를 바꾼 다음 넉 달 뒤 지금의 ‘누림기획’으로 다시 한 번 이름을 변경했다. ‘누림기획’으로 이름을 바꿀 당시 사무실도 서울 강남에서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으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누림기획은 장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같은 전화번호를 쓰는 등 동계영재센터와 ‘쌍둥이 회사’라는 의심을 받는 법인이다. 누림기획은 동계영재센터로부터 행사 진행 등 일감을 따내고 평창 동계올림픽 이권사업을 추진한 정황도 발견됐다.
한편 동계영재센터는 지난해 7월 장씨가 스피드스케이팅 전 국가대표 이규혁(38)씨 등을 앞세워 동계스포츠 영재 발굴 등을 목적으로 설립했다. 신생 법인으로는 이례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6억7,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은 데 이어 삼성전자로부터도 빙상캠프 후원 등 명목으로 5억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이 최씨 일가가 곳곳에서 같은 이름을 사용한 흔적을 두고, 은밀하게 진행된 ‘국정 농단’의 이면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최씨 일가가 교감한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이재아인턴기자 leejaea55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