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7개사(타타대우·대우버스 포함)의 3·4분기 누적 공장 가동률은 85.4%에 그쳐 지난해 말에 비해 9%포인트 하락했다.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것은 노조의 잦은 파업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각각 20차례가 넘는 파업으로 양사 합쳐 20만대 가량의 생산차질을 빚었고 한국GM도 14차례의 파업으로 1만5,000대가량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이들 완성차 업체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7만2,000~8만원의 기본급 인상과 1,000만원이 넘는 성과·격려금 등을 챙겼다.
예년에 비해 임금 인상폭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의 임금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5사의 평균 임금은 1인당 9,313만원으로 일본 도요타(852만엔)와 독일 폭스바겐(6만2,473유로)에 비해 17~18%가량 높다. 고임금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낮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데 한국은 26.4시간으로 도요타(24.1시간)와 GM(23.4시간)에 비해 길다.
전문가들은 한국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후진적 노사관계와 경직된 노동시장을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파업을 남발하게 하는 낡은 법·제도를 정비해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일정 부분 제한하고 정규직 과보호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더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고려하면 국내 보다는 해외에서 차를 생산하는게 낫다”면서 “완성차 노조가 이같은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완성차 업계가 제대로 된 진단을 바탕으로 하루빨리 구조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고용감소가 수년 내 현실화될 것”이라면서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이 고용 유지·확대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