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5개 보험사에 대해 과징금과 함께 강도 높은 행정제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결정한 보험사들에 대해서는 징계 수위를 낮춰줄 계획이다.
17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주 KDB생명과 현대라이프에 대한 현장점검을 끝으로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7개 보험사에 대한 현장조사가 모두 끝나게 된다. 금감원은 이들 보험사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작성하고 보험사로부터 의견서를 받은 뒤 내년 초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제재심의위원회 제재 대상에는 자살보험금 지급을 권고 받은 14개 보험사가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ING생명·신한생명 등 자살보험금을 모두 지급하기로 결정한 8개 보험사에 대해서는 경감사유를 인정해 처벌 수위를 낮춰줄 전망이다. KDB생명은 조만간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겠다고 발표할 것으로 예상돼 경감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자살보험금 미지급사는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알리안츠생명·현대라이프 등 5개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보험사들은 지난 9월 대법원이 내린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에 대해서는 지급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토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반면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약관에 ‘자살도 재해사망에 해당한다’고 해석되도록 기재한 뒤 재해사망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다 소멸시효가 경과한 만큼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은 우선 14개 보험사 모두에 보험업법 위반에 따른 행정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다만 소비자 구제 노력을 제재 경감사유로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소멸시효에 관계없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들과 미지급한 보험사들에 대한 행정처분 강도는 크게 달라진다.
소멸시효가 경과한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5개 보험사들은 과징금뿐 아니라 기관과 임원에 대한 강한 행정처분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 금융 당국의 제재 규정상 과징금이 자살보험금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수입보험료의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 자살보험금은 보험료가 적어 과징금을 매겨도 금액이 크지 않다. 반면 미지급한 자살보험금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만큼 보험사의 부당 이익을 수취한다는 취지에는 부족하다. 금감원은 5개 생보사에 대해서는 기관 영업일부정지, 임원 해임권고 혹은 업무집행정지까지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이 최근 삼성생명에 대해 보험금 이자 12억9,000만원을 미지급한 것과 관련 2배가량인 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징계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이 같은 분위기를 극명하게 반영한다. 다만 징계 수위가 과도할 경우 행정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이 금감원의 고민거리다. 금감원 측은 이와 관련해 “자살보험금 관련 징계 수위는 현재 정해진 바 없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