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이 대규모 수주 기대감을 등에 업고 3·4분기 어닝쇼크의 악몽에서 벗어나고 있다. 주력사업인 철도부문에서만 지난해의 4배에 달하는 신규수주를 이미 확보한데다 미국 대선 이후 현지 인프라 투자 확대의 수혜주로도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증시의 큰손인 기관투자가들은 이달 들어 연일 현대로템을 사들이며 수급 전망도 밝히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사흘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현대로템을 순매수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일부터 14일까지는 9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는 등 이달에만 88억3,900만원을 사들였다. 기관의 강력한 매수세에 힘입어 2일 1만6,550원까지 떨어졌던 현대로템 주가는 이날 2만50원을 기록했다.
기관이 현대로템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신규 수주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철도부문은 올 들어 수주량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5,774억원에 그쳤던 철도부문 수주액은 올 3·4분기 말 현재 2조2,080억원까지 급증하며 역대 최대 수주를 이미 확보한 상태다. 특히 대부분의 수주가 국내 물량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필리핀·터키·말레이시아 등 해외 수주가 크게 늘면서 수주의 규모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현주 흥국증권 연구원은 “국내 철도차량 시장은 시장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해외 수주 확보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올해 해외 수주가 큰 폭으로 늘면서 장기 성장성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수년간 정체를 겪던 방산부문도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주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현대로템은 오는 2019년 전력화 완료를 목표로 K-2 전차의 2차 양산을 추진했지만 핵심장비인 파워팩 결함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내년부터 K-2 전차와 차륜형 장갑차가 양산에 돌입하면 지난해와 올해 각 3,000억원에 머물던 방산부문의 신규수주가 1조원 중후반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도와 방산 등 주력 사업군의 수주확대로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2,000억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현대로템은 올해 흑자(1,103억원)로 돌아선 데 이어 내년(1,418억원)과 2018년(1,694억원)에도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1조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공약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도 호재로 꼽힌다. 정동익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대로템은 미국 필라델피아에 생산법인을 두고 현지에서 기관차와 객차 등을 수주해 공급해왔다”며 “초기 수주분은 경험부족 등으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안정을 되찾으면서 앞으로의 성과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