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기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올 상반기 금융투자시장을 이끌던 ‘금’의 독주가 꺾이고 있다. 트럼프의 재정정책 전망에 따라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화 강세가 두드러진 영향이다. 오는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당분간 금 가격은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과 실제 물가상승에 따라 금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 오히려 현재 상황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17일(현지시간) 기준 온스당 1,216.50달러로 지난 6월 이후 5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증시 불확실성을 타고 올 상반기에만 24% 넘게 급등한 금 가격은 12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올해 10월 이후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 후 금 가격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당선이 확정된 8일 이후 5%가량 급락했다.
금 가격 하락은 트럼프의 경제정책으로 시장의 관심이 이동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의 재정확대 기조가 예상되자 국채금리가 급등세를 확대하고 달러화도 급격한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현재 100을 넘어 2003년 4월 이후 13여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운 상태다. 이에 실질금리와 달러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금 가격은 당분간 약세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12월 금리 인상 확신을 높인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증언도 금 가격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옐런 의장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합동경제위원회 증언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비교적 이른 시점에 이뤄질 수 있다”며 “금리를 너무 늦게 올리면 위험자산 선호 현상을 지나치게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금리 급등세가 다른 모든 변수에 우선하고 있어 금에 대한 투자 시점을 내년 이후로 미뤄야 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금 가격은 1,15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이 다시 금의 강세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맥쿼리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가 대선 후보였을 때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정책 변화가 어떻게 일어날지 알기 어렵다”며 “정치 및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금은 내년에 상승장세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금은 전통적으로 ‘불안의 벽’을 타고 오르는 속성이 있다. 전쟁 같은 격변기에 현물 보유 심리가 늘어나면 금이 최우선 투자처로 꼽힌다.
또 트럼프 정책이 본격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킬 경우에도 금은 급격히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성기 삼성선물 연구원은 “금은 단기적으로는 실질금리와 달러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지만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추종하는 속성이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인플레이션과 금 가격이 상반된 방향을 나타내는 현재 금 투자 매력이 더욱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 후 금 가격의 반등이 기대된다”며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까지 감안하면 현재 수준에서 저점 분할매수 전략이 적절하다”고 추천했다. 실제 국내 금 투자 펀드(ETF 포함) 8개는 최근 1주일간 평균 7.39%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46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