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최순실 게이트]재계 "기업은 피해자" 발표에 일단 안도...특검·국조엔 조마조마

檢 '강요에 의한 기부' 판단...뇌물공여 혐의 부담 덜어

"특검·국정조사 앞두고 기업활동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에 참석한 대기업 총수들과 기념촬영을 한 뒤 퇴장하고 있다. 검찰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행사 당일과 이튿날 7명의 대기업 총수들을 따로 만나 미르·K스포츠 기금 출연을 요청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연합뉴스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에 참석한 대기업 총수들과 기념촬영을 한 뒤 퇴장하고 있다. 검찰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행사 당일과 이튿날 7명의 대기업 총수들을 따로 만나 미르·K스포츠 기금 출연을 요청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연합뉴스


20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공소장에 적시된 주요 대기업들은 말을 아끼면서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의 강요에 못 이겨 요청을 들어줬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특히 기업들은 검찰이 공소장에 “기업은 피해자”라고 적시하면서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에 대해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은 데 안도하면서도 향후 검찰의 추가 수사나 강도 높게 진행될 특별검사 수사, 국회 국정조사에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검찰의 공소장에 직접 언급된 기업은 현대자동차, 롯데, 포스코, KT,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등 5곳이다.






현대차는 안 전 수석의 요청을 받고 최순실씨의 지인이 운영하는 흡착제 생산업체 KD코퍼레이션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11억원 상당의 물품을 납품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안 전 수석이 브로슈어 같은 홍보물을 주면서 ‘한번 검토해달라’고 하는데 기업 입장에서 무시할 수 있었겠느냐”면서 대가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차은택씨 소유의 광고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63억원의 광고를 몰아준 것에 대해서는 “업체 선정은 경쟁입찰을 통해 했다”며 “62억원 중 대부분은 언론사에 지급된 광고료이고 플레이그라운드에 실제로 돌아간 돈은 수수료 등 13억원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최씨가 추진한 하남 복합체육시설 건립비용으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냈다가 되돌려받은 롯데그룹은 일단 뇌물죄가 적용되지 않은 데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롯데의 70억원 추가 출연에 대해 최씨와 안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를 위한 공소 사실로 보고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앞서 지속적으로 해명한 대로 70억원 추가 출연은 대가성 없는 기부였다”면서 “만약 대가성이 있었다면 올해 검찰 수사를 4개월이나 받는 등 그룹 위기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광고 계열사 포레카의 지분 강탈 시도 및 펜싱팀 창단 강요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포스코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는 곤란하다”면서 극도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검찰 발표에서 포스코 경영진이 포레카 매각 관련 초기 작업부터 최씨 측과 공모했다는 의혹과 지난 2014년 권오준 회장 선임 당시 최씨 측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관련기사



검찰 수사에서 최씨가 임원급 인사에 간여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KT는 “관련 인물들이 모두 퇴사해 언급하기 곤란하다”며 “추가 수사 협조 요청이 오면 성실히 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KT는 차씨와 최씨가 추천한 2명을 광고 발주를 담당하는 전무와 상무보로 채용하고 차씨의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규모의 광고를 몰아준 것으로 조사됐다.

재계는 전국경제인연합회 53개 회원사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부금 774억원을 출연한 것은 최씨와 안 전 수석의 강요에 의한 것으로 검찰이 판단함에 따라 안도하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진 9개 대기업 총수는 물론 대다수 기업이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기 때문이다. 검찰도 공소장에 “기업은 피해자”라고 적시했다.

하지만 향후 특검 수사나 국정조사에서 대가성 여부가 추가로 확인될 수도 있어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검찰이 다른 기업들과 달리 삼성전자가 지난해 9~10월 최씨 모녀가 독일에 세운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35억원(280만유로)을 송금한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힌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은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정리돼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 중간수사 발표로 산을 하나 넘었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다음달 초 특검이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할 때까지 검찰이 최장 3주가량 추가 수사를 할 예정인데다 특검 수사가 검찰보다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라는 점, 국회 국정조사에 주요 기업인들이 또다시 증인으로 불려 나가는 상황에 대해 기업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검찰과 특검·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져야 하지만 가뜩이나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기업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