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흙과 붓이 함께 그린 '생의 찬가'

최만린·원애경 '곡선의 움직임'展

경리단길 갤러리ERD서 25일까지

원로조각가 최만린의 드로잉과 조각(왼쪽)이 중견화가 원애경의 회화, 유리조형물과 갤러리ERD에 함께 전시돼 ‘생명력’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낸다.원로조각가 최만린의 드로잉과 조각(왼쪽)이 중견화가 원애경의 회화, 유리조형물과 갤러리ERD에 함께 전시돼 ‘생명력’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낸다.




한겨울 죽은 듯 차가웠던 땅에서 봄의 새싹이 움튼다. 일제치하와 6·25전쟁의 참상을 목도한 청년은 더 뜨겁게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았고, 죽음 같은 흙으로 생명을 빚고자 결심했다. 한국 추상조각의 개척자 최만린(81)이 원초적 생명력을 소재로 작업하게 된 계기다. 동물의 내장처럼 울룩불룩한 ‘태(胎)’ 연작이나 생명의 근원을 찾다 비움과 버림의 경지에 이른 ‘제로(0)’ 시리즈가 그의 대표작이다.


중견 화가 원애경(52)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읜 후 죽음의 묵직함과 삶의 절실함을 깨달았다. 예측하지 못하는 만남과 돌이킬 수 없는 헤어짐을 체득한 그는 현재의 인연과 행복의 찬란함을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로 구현하기로 했다. 생로병사의 순환을 심리학적으로 해석한 ‘재생성(Regeneration)’ 연작이다. 그림 속에는 하트 같은 꽃잎 혹은 나비처럼 날아다닌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야 찾아낸 ‘생의 찬가’ 격이다.

한국 추상조각의 개척자인 최만린의 초기 인물상과 드로잉, 대표작인 구상조각들.한국 추상조각의 개척자인 최만린의 초기 인물상과 드로잉, 대표작인 구상조각들.


중견작가 원애경의 ‘재생성’을 주제로 한 회화와 유리조형물.중견작가 원애경의 ‘재생성’을 주제로 한 회화와 유리조형물.


최만린과 원애경의 2인전이 ‘곡선의 움직임’이라는 제목으로 용산구 경리단길의 갤러리 ERD에서 25일까지 열린다. 전시를 기획한 이민주 대표는 “각자의 영역을 가진 작가들이지만 생성과 소멸의 반복을 통해 ‘생명 발현현상의 신비’를 사색한다는 주제면에서 공통점을 갖는다”면서 “두 작가의 작품이 원형과 곡선의 어울림으로 공감을 이끈다”고 소개했다.


4층 건물인 전시장 1층에는 거친 표면이 특징인 최만린의 초기 인물상과 추상조각 대표작이 드로잉과 함께 걸렸다. 2층에는 따뜻한 색감이 두드러진 원애경의 회화가 살 오른 아기의 엉덩짝 같은 유리조각과 더불어 전시됐다. 꿈틀대는 영감을 거칠게 그린 드로잉과 매끈한 표면의 유리 조형물, 흑백·단색의 조각과 어여쁜 원색의 그림이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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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개관한 갤러리 ERD는 덴마크 디자인 거장 핀율 가구의 한국 분점이자 아시아 첫 ‘핀 율 하우스’다. 덕분에 두 작가의 작품이 함께 놓인 3·4층에서는 핀 율의 의자와 책장 등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서울대 조소과 출신으로 미국의 프랫 대학(Pratt Institute)에서 수학한 최만린은 서울대 미대 학장·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같은 프랫 대학 출신인 원애경은 홍익대 대학원에서 회화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02)749-0429

최만린과 원애경의 2인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ERD 4층 전시전경.최만린과 원애경의 2인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ERD 4층 전시전경.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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