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유일호 “나라가 위태로울 때 목숨을 바쳐야” 직원들 사기독려했지만...

37일만에 주재한 확대간부회의도 방향 없이 원론만 강조

직접 대면 않고 서울-세종 영상회의로 긴장감도 떨어져

유일호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유일호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견위수명(見危授命)의 자세를 가져달라”고 말했다. 견위수명은 논어(論語) 헌문(憲問) 편에 나오는 말로 나라가 위태로울 때 자신의 목숨까지 바친다는 뜻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상목 1차관 등 기재부 전·현직 엘리트 간부들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자 독려하기 위해 한 말이다.

유 부총리는 “대내외 상황이 매우 엄중한데 이럴 때일수록 기재부가 중심을 잡고 한치의 빈틈이 없도록 경제와 민생을 잘 보살펴야 한다”며 “여러분은 기재부 간부로서 그에 합당한 자존심을 가질 권리가 있다. 그동안 원칙과 소신에 따라 일을 해온 것이지 특정 정권이나 개인을 위해 일을 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괴감에 빠지거나 자기 비하를 해서는 결코 안된다”며 “적어도 경제정책에서는 기재부가 중심이라 할 수 있고 여러분이 중심이”이라고 강조했다. 또 “어려운 때이지만 기재부의 찬란한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며 “선배들은 이보다 더한 어려움도 잘 극복하고 도약의 기회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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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부총리가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 10월 17일 이후 무려 37일 만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서울·세종 영상회의를 통해 진행됐다. 한 달을 훌쩍 넘겨 전체 간부가 모인 회의를 주재하면서도 직접 대면하지 않고 영상으로 진행돼 긴장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유 부총리는 지난 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후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 내정된 이후 세종청사로의 발길을 끊고 서울에 머무르고 있다.

유 부총리가 이날 회의에서 강조한 경제 현안들도 그의 기존 스타일처럼 방향 없이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한 달이 넘도록 확대간부회의조차 주재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서둘러 회의를 마련했지만 울림이나 확고한 메시지는 전달되지 않았다.

유 부총리는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 수립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경제전망과 방향을 일찍 제시해서 경제주체들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해운 등 기업 및 산업 구조조정을 로드맵에 따라 지속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직이나 지역 경기 침체에 대응하고 신기술·신산업 육성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부총리는 “미국 대선 이후 정책 변화에 대응해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대처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며 “내년도 예산안과 경제 활성화 법안들이 적기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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