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산다"…주가 올리는 '인적분할의 마법'

분할 결정 오리온·매일유업 강세

현대중공업은 15일 지나 신고가

"기업가치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

단기 보단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

경제민주화법 통과전 분할 늘 듯

삼성·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관심





기업분할이 장·단기적으로 주가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오리온(001800)·매일유업(005990)·현대중공업(009540) 등 분할을 결정한 기업들을 계기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경영 효율성 제고와 기업 투명성 확보를 명분으로 인적분할한 기업들의 주가가 약세장에서 상승한 데 이어 장기적으로도 기업가치의 재평가로 이어지며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내년에도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지주회사로 전환하려고 선제적으로 분할에 나서는 기업이 속속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23일 오리온의 주가는 3.09% 오른 70만원, 매일유업은 4.48% 상승한 4만800원을 기록했다. 전일 인적분할 발표 이후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오리온과 매일유업은 기존 법인을 지주회사 부문과 사업회사 부문으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 15일 기업분할을 발표한 현대중공업은 다음날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며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하며 각각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매일유업의 경우 본업인 유가공업부문의 실적 호조에도 제로투세븐 등 자회사의 수익성 부진이 그동안 전체 실적과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기업분할로 주가의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리온 역시 본업인 제과업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유리하다는 평가다. 다만 자회사인 쇼박스와 오리온 자사주, 본사 사옥 등 비영업자산의 소유권이 지주회사인 분할 존속법인으로 넘어가게 되는 점은 단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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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분할은 장기적으로도 주가 상승 요인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인적분할 기업을 전수조사한 결과 분할 공시 후 1개월, 3개월, 6개월, 9개월이 경과한 시점에서 나뉘어진 회사들의 합산 시가총액이 모두 증가했다. 기간별 평균 시총 증가율은 각각 1.83%, 6.10%, 22.95%, 90.86%에 달했다. 조사 대상 기업 27개 중 26개는 공시 후 9개월 기준으로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매입 후 인적분할을 할 경우 자사주의 효과가 뒤늦게 주가에 반영되는 셈이다. 여기다 분할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평균 2배 이상 높아지는 것도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독립적 사외이사 강화 등 지배구조 개선책이 나오면 밸류에이션 상승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기업들의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야당이 우세해질 경우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르게 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기업 분할이나 분할 합병 시 기업이 원래 보유하던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인적분할을 하면서 원래 회사의 재원으로 사들인 자사주를 지주사에 배정해 신주를 받아 기존 주주의 지배력을 확대하지 못하게 된다.

한편 기업분할과 관련해 증권가의 제일 큰 관심은 역시 삼성그룹과 현대차(005380)그룹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야당의 경제민주화 법안이 발의된 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상당히 불리해질 수 있어 지배구조 개편이 시급한 것으로 평가된다. 증권가에서는 연내 혹은 내년 상반기 안에 관련된 중요 의사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005930)에 대한 인적분할을 요구한 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역시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현대차·기아차 및 기타 계열사를 지배하는 식으로 이뤄진 총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박준호·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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