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내년 4인 가구 에어컨 8시간 틀면 전기요금 전기요금 15만원 줄어든다

취약계층에 출산가구 첫 포함··30% ‘할인’

‘찜통더위’ 논란 교육용 전기료도 개편



“국제기준과 시대변화에 맞지 않는 누진 단계와 배율을 대폭 완화하고 검치일 등 누진제 집행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도 합리적으로 개선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행 ‘6단계 11.7배’로 설계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3단계 3배수’로 조정하는 개편 3가지안을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해 처음부터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초 이상고온에도 ‘전기요금 폭탄’이 무서워 에어컨을 켜지 못한다는 지적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정부는 전력수급, 부자 감세 등의 이유를 들어 누진제 개편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오히려 에어컨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면 된다고 말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정부의 설명에도 여론은 점점 악화됐고 여기에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2004년 이후 12년 만에 전기요금 누진제는 대대적인 개편을 맞게 됐다.

◇ 누진제 도입 이래 최저 구간…요금 최대 반값 내린다

전기요금 당정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정부가 발표한 3단계 3배수 개편안은 1974년 누진제가 도입된 이후 가장 작은 구간 수이자 1976년 1차 개편안(2.6배) 이후 최저 배율이다.

정부는 3가지 가안 중 어떤 안이 최종 확정되더라도 전체 전기요금 할인 폭(취약계층 지원 확대 및 교육용 전기요금 할인 효과 포함)은 1조2천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한 3안을 토대로 구간별 요금을 현행과 비교해 보면 최대 50%의 할인 효과가 나타났다.

앞서 산업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4인 도시 가구의 봄·가을 월평균 전력사용량은 342kWh(4단계)로, 5만3,000원(부가가치세·저전력산업기반기금 제외)의 전기요금이 부과된다.

여기에 여름철 1.84kW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씩 가동하면 441.6kWh를 추가로 쓰게 되면서 6단계(501kWh 이상)에 속하게 돼 전기요금은 32만1,000원으로 치솟는다.

그러나 3단계 개편안이 시행되면 전기요금은 17만원가량으로 대폭 줄게 된다.

산업부는 구간별로 동결(300kWh)∼51.2%(1,000kWh)의 할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어떤 개편안이든 전력사용량이 1,000kWh 이상인 ‘슈퍼 유저’(Super User)에 대해서는 동·하절기에 한해 기존 최고요율(709.5원)을 적용키로 했다.

취약계층에 대한 할인 혜택도 확대됐다.

주목할 만한 것은 유아가 있어 장시간 냉·난방을 할 수밖에 없는 출산 가구를 취약계층에 포함한 것이다.

출산 가구는 월 1만5,000원 한도 내에서 전기요금을 30% 할인받을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의 정액 할인 한도는 현행 월 8천원에서 1만6천원으로 두 배 늘렸다. 에어컨 사용이 많은 여름철에는 할인금액을 2만원으로 증액한다.

다자녀·다가족 가구의 요금 할인율은 현행 20%(3자녀 이상·월 1만2천원 한도)·한 단계 낮은 요율(대가족·월 1만2천원 한도)에서 30%(월 1만5천원 한도)로 늘렸다.

사회복지시설 할인율도 20%에서 30%로 확대됐다.


‘찜통교실’·‘냉동교실’ 논란을 낳은 교육용 전기요금 산정방식 역시 바뀐다.

관련기사



연중 최대 피크치를 매월 적용하던 방식에서 당월 피크치를 당월요금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전기요금 부담을 평균 15∼20% 줄였다.

한국전력이 오는 28일 공청회를 통해 3가지 중 1가지 안을 추려서 산업부에 제출하면 관계 부처 협의와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된다.

최종안은 다음 달 중순께 나올 예정이며 12월 1일부터 소급 적용한다.

◇ 할인 효과 야당안의 절반 수준…한전 수입감소 부담됐나

이번 개편안은 당정 TF가 꾸려진 지 약 3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매년 여름과 겨울이면 과도한 누진제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정부는 일시적인 할인 혜택으로 현행 제도를 연명시켜왔다.

정부가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전기요금 폭탄으로 고통받는 사례가 훨씬 줄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산업부도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국회 보고에 하루 앞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많이 반성하고 과학적, 이론적 부분을 고민해 대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동안 정치권, 연구소, 학회 등에서 나온 수백개 시나리오를 모두 분석해 가장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 3가지를 추려 발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야당이 내놓은 대안에 비하면 할인 폭이 작아 정부가 여전히 몸을 사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여지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3단계 2.6배 개편안을 제시했다.

단계별 구간과 요율은 1단계 150kWh 이하 64.8원, 151∼350kWh 130원, 351kWh 이상 170원이다.

1∼2단계 구간을 50kWh씩 늘렸지만, 요율은 다른 대안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책정했다.

이에 따라 평균 인하율은 19.6%로 늘었고 800kWh 사용 시 인하율은 63.9%로 추산됐다. 한전 수입감소 예상액은 1조5,813억원이다.

국민의당은 배율을 현행처럼 유지하되 구간을 4단계로 줄이는 안을 제안했다.

1단계 200kWh 이하 60.7원, 2단계 201∼400kWh 187.9원, 401∼500kWh 417.7원, 501kWh 이상 709.5원이다.

평균 인하율은 20.2%로 가장 높지만, 배율을 유지했기 때문에 800kWh 사용 시 인하율은 4.7%에 그쳤다. 한전 수입감소액은 1조6,307억원으로 추산됐다.

두 개편안 모두 정부가 내놓은 안보다 할인 효과가 두 배가량 크다.

산업부는 “더불어민주당의 개편안은 변화하는 소비패턴을 고려한 방식이나 다소비 가구의 요금 부담이 가장 크게 줄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일부 구간(151∼200kWh)에서 요금 부담이 늘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에 대해서는 “전 구간 요금 증가 가구가 없는 것은 장점이나 과도한 누진 배율을 그대로 유지해 합리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야당의 안의 경우 한전 수입감소액이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세종=박홍용기자, 구경우기자 prodigy@sedaily.com

박홍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