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베트남 등 북한과 전통적으로 우호관계인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마저 북한을 대화 상대국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분위기다.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 내 비난 여론이 증가하자 상대적으로 북한에 우호적이던 국가들도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샤하피즈 샤하리스(SHAHAFEEZ SHAHARIS) 말레이시아 외교부 아세안 사무국 과장은 지난 21일 한·아세안 언론인 교류 사업 참석 차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한 외교부 공동취재단과 만난 자리에서 ‘아세안이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샤하리스 과장은 이에 대해 “북한 측에서 대화 요청은 있었지만 (북한의 대화 요청을) 고려 사항으로 보고 있지 않다”며 “아세안은 대화 상대로 자격이 있는지 심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안보 위협) 상황이 진정되고 나서 (북한과) 이야기하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다자외교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지난 7월 외교장관회의를 열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강력 규탄하는 내용의 의장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발표했던 의장성명은 역대 ARF 의장성명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준의 문안이 담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은 ARF 의장성명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문안 수정을 시도했지만 회원국들의 거부로 실패했다.
ARF 외교장관회의 이후 두 달 뒤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제11차 회의에서는 처음으로 북한의 핵 포기를 촉구하는 ‘비확산 성명’을 채택했다. EAS는 아세안 회원국들과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 3개국, 미국,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18개 국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다.
샤하리스 과장은 최근 대북 문제에 대한 아세안 내 분위기에 대해 “아세안은 도발이 있을 때 성명을 내고 있다”면서 “EAS 성명을 통해서도 미사일 도발 등에 대해 점점 강도 높게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북 제재·압박 못지않게 북한과의 대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샤하리스 과장은 “우리는 북한이 대결적 태도를 멀리하고 6자회담에 돌아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쿠알라룸푸르=류호기자·외교부 공동취재단 r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