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발등에 불' 당국...상호금융·새마을금고 주담대까지 옥죈다

■집단대출에도 원리금 분할상환...가계부채 관리 고육책

2금융권도 여신심사 강화, 대출 '풍선효과' 억제

잔금대출까지 규제해 부동산 시장 타격 불가피

"금리 상승기 돌입...취약계층 이중충격" 지적도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관리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관리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 당국이 ‘8·25가계부채대책’에서 주저했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집단대출과 2금융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잇따른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도무지 줄지 않는 데 따른 극약처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책이 뒷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금리 상승기에 돌입한 상황에서 취약계층만 이중의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집단대출을 옥죄면 사실상 경기를 홀로 떠받쳤던 건설경기까지 가라앉으며 내년 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사실상 1,300조원 돌파=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 3·4분기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는 1,295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8조2,000억원(3.0%) 증가했다. 증가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4·4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10월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액(7조5,000억원)을 감안하면 사실상 우리나라 가계 빚이 이미 1,3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집단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했다. 3·4분기 가계대출 증가액 중 절반이 넘는 20조6,000억원이 주택담보대출로 파악됐고 신규 주담대의 40%가량이 아파트집단대출이다. 금융 당국이 내년에 분양 공고되는 사업장에 대해 잔금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로 한 것도 집단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한 목적이다. 집단대출은 신규 아파트를 분양할 때 개인의 상환능력 심사 없이 이주비와 중도금·잔금을 빌려주는 대출상품이다. 이 가운데 중도금의 경우 시공사나 보증기관의 보증이 있는 반면 잔금대출은 보증이 없는 사실상 주담대의 성격이다. 잔금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거치기간을 1년 이내로 하는 분할상환이 의무화된다. 또 은행을 비롯한 모든 금융기관은 차주의 소득정보를 깐깐히 파악해야 한다.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한도가 정해지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직접적으로 적용되지는 않지만 처음부터 원리금을 나눠 갚아나가야 하는 만큼 차주들 자체적으로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 부담이 커진 차주로서는 무작정 아파트 분양시장에 뛰어들기 어렵고 집단대출 증가세도 한풀 꺾일 수 있다.


제2금융권 역시 소득심사와 분할상환을 유도해 풍선효과를 억제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달부터 상호금융권의 비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을 강화하면서 상호금융권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소 주춤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예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속도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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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찬물 불가피, 저소득층 대책 부족 지적도=다만 잔금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전격 도입하기로 한 고강도 대책으로 부동산 경기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1일 이후 공고하는 사업장에 적용되는 만큼 실제 대출심사 강화는 오는 2019년께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11·3부동산대책에서 과열지구의 전매제한을 강화하는 수요억제 정책에 이어 이번 잔금대출 규제 강화까지 더해진 만큼 심리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이번 대책으로 재건축시장의 영향이 가장 클 것”이라며 “당장 내년 공급과잉 등을 앞둔 상황에서 정책 도입이 늦은 감이 있다”고 밝혔다.

금리 상승세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타격이 큰 서민층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금융 당국의 대출 축소 압박에 저소득 및 저신용층에 대한 대출부터 줄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얼마나 늘어날지 파악하고 또 이를 줄여줄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오히려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민규·김상훈기자 cmk25@sedaily.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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