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진행된 5차 주말 촛불집회에는 190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를 밝혔다. 전 국민 100명 중 4명 이상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이번 집회는 한국사에 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첫 눈에 바람까지 부는 강추위에도 ‘대통령 퇴진’이라는 한 목소리로 촛불은 밤새 타올랐다.
집회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는 이날 전국에서 총 190만명(경찰 추산 27만여명)이 집결했다고 밝혔다. 당초 예상대로 서울에서 150만명이 거리로 나와 광화문광장 일대는 인파로 가득찼고 부산 10만명, 광주 5만명, 제주 3,000명 등 각 지역에서 40만명이 더해져 역대 최대 집회로 기록됐다.
이날 광화문 현장에는 미리부터 전국에서 몰려든 시민들로 북세통을 이뤘다. 첫 눈에 바람까지 부는 궂은 날씨에도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참가자들이 늘면서 오후 9시30분을 기점으로 서울에서만 150만명을 넘어섰다. 시민들은 밤 늦은 시간까지 추위와 싸워가며 촛불집회 행렬에 동참했다.
시민들은 핫팩과 따뜻한 차를 나눠주며 서로를 응원했다. 5살 난 아들과 함께 거리로 나온 이수지(35·여)씨는 “오늘 날이 추워 사람들이 덜 나올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이라며 “민심이 어떤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까지 데리고 나왔다. 생각보다 춥지만 마음은 편안하다”고 말했다.
오후 4시부터 진행된 사전 행진에서는 20만명이 동참했다. 청와대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 모인 시민들은 청와대 동쪽과 서쪽, 남쪽 2㎞ 구간을 에워싸고 ‘인간띠 잇기’로 성난 민심을 대신했다. 시민들은 처음으로 청와대 턱 밑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함성을 전달하기도 했다.
당초 오후 5시30분까지만 행진이 허용됐지만 미리 빠져나가지 못한 인파로 밤 늦은시간까지 청와대 앞에는 시민들로 가득찼다. 대학생 한병모(25)씨는 “이래야만 대통령이 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국민의 함성이 전해져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인식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본집회 행사에는 더욱 많은 시민들이 모였다. 시민 자유발언과 각종 공연으로 열기가 더해졌다. 가수 안치환과 양희은씨가 무대에 올라 ‘광야에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상록수’ 등 대표곡을 시민들과 함께 열창하며 집회 열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오후 8시부터는 2차 행진을 앞두고 ‘1분 소등’ 행사를 가졌다. 8시 정각 10초 전부터 참석자들은 카운트다운을 외쳤고, 정각에는 일제히 촛불과 휴대폰 불빛이 꺼지는 장관이 연출됐다.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도 자택에서 소등에 동참했고, 차를 타고 있는 시민들은 경적을 울려 화답하기도 했다.
소등 이후 시민들은 다시 한 번 경복궁역 사거리까지 2차 행진을 진행했다. 오후 10시를 기점으로 참가자가 줄어들면서 광화문광장 일부 도로에 차량 통행이 재개됐지만 주최 측은 시민 자유발언대와 각종 문화공연을 준비해 ‘1박 2일 하야가 빛나는 밤’이라는 이름으로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밤샘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최성욱·박진용·이두형기자 secr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