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과 18일 말레이시아 페낭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아모레퍼시픽의 혁신 제품인 쿠션이 출시된 지 8년만에 누적 판매 1억 개 돌파를 기념하는 글로벌 기념식이자 동남아 주요국 관계자들에게 쿠션의 현재 위상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장에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5개국의 미디어와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개인) 60여 명이 참석해 쿠션 화장품을 세상에 탄생시킨 최경호 C-Lab(쿠션랩) 연구실장의 쿠션에 대한 소개와 연구 현황에 귀를 기울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태국에서 이 같은 ‘쿠션 로드’를 처음으로 시작한 뒤 올해 미국과 말레이시아로 보폭을 넓혔으며 연말에는 홍콩으로 바통을 넘긴다. 쿠션 화장품의 원조로서의 입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기 위한 여정인 셈이다.
쿠션은 아모레퍼시픽의 자존심과도 같은 제품이다. 과거에는 베이스 메이크업을 할 때 액체 상태의 메이크업 베이스나 파운데이션을 짜서 사용하던 것을 특수 스펀지에 흡수시켜 팩트 형태로 만든 것이 바로 쿠션이다. 언뜻 보면 그다지 새로운 것 같지 않지만 손에 제품을 묻혀가며 화장하고, 그나마도 두껍게 발리거나 쉽게 뭉치는 현상에 지쳤던 여성들은 환호했다. 지난해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TNS코리아에서 800명의 한국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5%가 쿠션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응답자의 76%가 쿠션으로 인해 수정 화장이 간편해졌고, 75%가 베이스 메이크업 시간이 단축됐다고 답변했다. 사용하는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의 개수는 평균 2.2개에서 1.7개로 줄었고 화장 시간은 평균 13분에서 7분으로 단축됐다고 답했다. 제품 하나로 화장 문화 자체를 바꾼 것이다. 쿠션의 뜨거운 인기에 국내 로드숍 브랜드는 물론이고 랑콤을 비롯한 해외 유명 브랜드까지 비슷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에는 쿠션화장품이라는 새로운 품목이 생겨났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크리스챤 디올에 쿠션 기술력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의 유력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100대 혁신기업에 처음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이름을 올린 것도 쿠션의 유명세 덕이었다. 등장과 함께 28위에 랭크된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포브스는 이례적으로 심층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쿠션을 최근의 혁신 사례로 꼽고, 아모레퍼시픽이 2008년 아이오페 에어쿠션을 출시한 이래 글로벌 시장에서 쿠션 화장품이라는 새로운 메이크업 제품 카테고리를 창출하며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칭찬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쿠션에 대한 깊은 애정은 혁신 제품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가꿔온 연구·개발 능력에 대한 자긍심이기도 하다. 아모레퍼시픽은 얇고 자연스럽고도 완벽한 피부를 구현하기 위한 쿠션의 핵심 기술인 ‘특수 스폰지’를 찾기 위해 재질과 경도, 두께 등 다양한 조건을 달리해 3,600번 이상의 연구를 거쳤다. 최고의 쿠션 기술 개발과 새로운 혁신 상품을 위해 지난해 설립된 아모레퍼시픽의 C-Lab은 최경호 실장을 포함해 총 13명으로 구성됐으며 가장 최근에는 해외 소비자를 위한 쿠션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야외에는 자외선과 습기가, 실내에서는 건조한 에어컨 바람에 피부가 노출된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현지 고객에게 꼭 맞는 쿠션 제품을 출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아세안 고객 선호도 조사와 연구를 통해 올해 처음으로 아세안 지역에서 판매되는 라네즈와 이니스프리 쿠션 제품에 31호와 33호, 35호, 37호 등의 새로운 피부 색상을 적용한 것이 가장 최근의 성과”라고 전했다. 끊임없는 연구 개발에 몰두한 결과 C-Lab은 아모레퍼시픽 쿠션 제품에 실제 적용된 혁신 기술로 전 세계 177건의 특허 출원과 26건의 특허 등록을 마쳤다. 또 쿠션은 국내에서 2012년 대한민국 기술대상 우수상 및 대한민국 기술혁신 경영대상 수상, 2013년 차세대 세계 일류상품 선정, 2014년 IR52 장영실상 수상 등 기술력 부문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2015년 무역의 날 금탑산업훈장 등을 통해 K뷰티의 대표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쿠션 뿐만이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수백년 간 건강과 피부관리에 사용되어온 인삼과 녹차, 콩 등 천연성분의 효능을 규명하고 첨단과학과의 융합을 통해 피부효능을 극대화하는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자부한다. 70여년 간 아모레퍼시픽의 원료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는 세계 최초의 인삼, 녹차 화장품의 출시를 가능하게 했고 오늘날 ‘설화수’와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등 글로벌 브랜드의 근간이 됐다. 아시안 뷰티에 대한 연구에 더욱 매진하기 위해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은 기술연구원 내에 ‘아시안 뷰티 연구소’를 신설, 인삼과 콩, 녹차 등 아시안 뷰티 특화 소재를 통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진행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소비자에 대한 심화 연구를 진행해 제품화에 반영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 소비자에 대한 심화 연구의 경우 아시아 주요 15개 도시를 연교차와 연강수량 등을 바탕으로 기후 환경 연구에 따라 4개의 그룹으로 카테고리를 나누고, 그룹별 맞춤 제형 개발과 함께 지역 맞춤형 인체 적용 시험 및 미용법 연구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