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전자 29일 이사회]엘리엇 주장 반영 배당 확대...'이재용 의장' 안건은 일단 빠져

인적분할과 자사주 활용해 지배력 강화 노려

장기적으로 '전자 지주사-물산 합병' 추진 가능성

자사주 소각 의무화등 입법 발효땐 물건너갈 수도



삼성그룹이 삼성전자에 대한 인적분할을 통해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 지분이 낮은 이재용 부회장과 계열사 지분만으로는 안정된 경영권 확보가 어려운 만큼 인적분할을 통해 삼성전자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만 국회 다수당을 장악한 야당이 기업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법안들을 이번 정기국회에 대거 상정할 것으로 보여 인적분할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관심을 모았던 이 부회장의 이사회 의장 선임 안건은 최순실 게이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논란 등을 반영해 이번 이사회에서는 상정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인적분할 로드맵 제시=삼성전자는 오는 29일 이사회를 열어 인적분할에 대한 장기 로드맵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사회에서 인적분할 비율·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장기적인 청사진과 로드맵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 10월5일 삼성전자 앞으로 ‘주주 가치 증대 제안서’라는 타이틀을 붙인 서신을 보냈다. 이에 삼성은 같은 달 27일 열린 3·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엘리엇의 주주 제안에 대해 “주주 환원을 포함한 전반적 제안사항에 대해 방향성을 정리해 11월 중 시장과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엘리엇은 주주 제안에서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삼성전자홀딩스와 사업회사) △삼성전자홀딩스와 삼성물산 합병 △30조원의 특수배당(혹은 1주당 24만5,000원의 배당 지급)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한국거래소와 나스닥 공동상장 △독립적인 3명의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했다. 29일 개최되는 이사회는 엘리엇 주주 제안에 대한 답변 성격이 짙다.

삼성전자 소식통들은 인적분할과 배당에 대해서는 이전 입장보다 다소 진전된 내용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 연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논란 등으로 삼성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호의적이지 않아 이날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는 힘들 수도 있다”면서도 “인적분할·배당 등 핵심 현안에 대해서는 중장기 로드맵이 나올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주환원정책 밑그림 나올 듯=주주환원정책의 양대 축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다. 엘리엇을 비롯해 전체 지분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계 투자가들도 요구하는 사항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각각 주당 2만1,000원, 2만1,050원의 배당을 했다. 총 3조600억원 규모다. 엘리엇은 지난달 주주 제안에서 30조원의 특수배당을 요구했는데 삼성이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 80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사업 개편과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동력 마련에 필요한 ‘실탄’을 비축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배당정책과 관련해 이전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을 것은 확실시된다.


자사주 매입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주주 환원 차원에서 소각을 할 수도 있고 인적분할 때 오너 가문의 지주회사 지분을 늘릴 수 있는 ‘비장의 무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1년간 총 11조3,000억원 규모의 특별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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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삼성전자는 13.3%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뉘게 되면 지주회사는 자사주를 통해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크게 확대할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소유 요건(상장회사 20%, 비상장회사 40%)을 충족할 수 있는 수단이 그만큼 많아지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종료한 후에는 장기적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영활동 옥죄는 입법이 걸림돌=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입법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자사주를 이용한 대기업 오너들의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승계를 제한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회사를 분할할 경우 반드시 자사주를 미리 소각하도록 의무화했다.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서는 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회사가 두 개로 분할할 때는 의결권이 사실상 부활한다. 대기업 총수들이 회사 분할 때 의결권이 살아난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구조를 더욱 공고히 쌓을 수 있는 만큼 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입법이 발효되면 삼성전자의 인적분할과 지배구조 개편은 사실상 물 건너갈 수 있다. 지주회사 충족을 위한 계열사 지분 매입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인적분할 작업에 한층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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