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재검표 논란' 클린턴 비판 "나보고는 승복하라더니"

강한 불만 표출 …이메일 재수사 영향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A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7일(현지시간)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3개 주 재검표 논란과 관련해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진영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나서 주목된다. 재검표는 녹색당 후보였던 질 스타인이 주도하는 것이지만 클린턴 캠프 변호인이 위스콘신 재검표 작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이후 공격의 포인트를 클린턴과 그의 지지자들에게 맞춘 모양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대통령직 인수위 성명을 통해 “재검표는 대선에서 1%도 득표하지 못한 스타인의 금고를 돈으로 채우기 위한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한 데 이어 전날 밤부터 이날 아침까지 클린턴 진영을 겨냥한 비판 트윗을 한바탕 쏟아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내가) 승리 연설을 하기 직전 전화를 걸어와 선거 패배를 인정했고, 또 결과가 나온 후에도 그랬다”며 클린턴의 승복 사실을 거듭 부각한 뒤 “(선거 결과가)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클린턴이 TV토론 때 대선 불복을 시사한 자신을 향해 쏟아낸 발언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클린턴 진영의 ‘이중성’을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트위터에서 인용한 클린턴의 발언은 “그것(대선 불복)은 끔찍하다. 이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 아니다. 우리는 지난 240년 동안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러왔다. 우리는 결과가 맘에 들지 않았을 때도 수용했고, 그것은 선거에 나섰던 누구라도 그래야 한다. 주요 양대 정당의 후보인 내 입장에서는 상대 당의 후보가 그런 (불복)입장을 취하는 것이 끔찍하다”는 내용과 “트럼프가 정말로 끔찍한 말을 했다. 그가 대선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말을 거부하는데 이는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다”는 발언 등이다. 그는 또 “우리는 결과를 인정하고 미래를 봐야 한다. 트럼프는 우리의 대통령이 될 것이고 그에게 열린 마음과 함께 변화를 이끌 기회를 줘야 한다”는 클린턴의 대선 패배 발언도 소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어 “(재검표를 해도) 많은 시간과 돈만 낭비하고 결과는 똑같을 것이다. 슬픈 일이다”, “민주당원들, 자신들이 이긴다고 잘못 생각했을 때는 선거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더니 (패배한 지금은) 더는 그런 입장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폭풍 트윗은 클린턴 진영의 이중성, 위선적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까 봐 걱정하던 사람들이 우리가 6만8천 표 차로 이긴 주에서 재검표를 추진하는 것은 완전히 위선적인 행동”이라면서 “이것은 모든 국민의 시간과 돈만 낭비하는 것이자 통합해야 할 시점에 나라만 더 분열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클린턴은 대선 결과에 승복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최근의 재검표 논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클린턴 캠프의 마크 엘리아스 변호인이 전날 “캠프 자체 조사에서 대선 투표시스템에 대한 어떤 해킹의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도 위스콘신 재검표 작업 동참 방침을 밝혀 대선 불복 논란이 이는 상황이다. 이처럼 재검표 논란 속에 트럼프 당선인이 클린턴 진영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일각에선 이번 사안이 자칫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의 빌미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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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때 특검을 통해 이메일 스캔들을 재수사해 클린턴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공언했으나 지난 22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는 “그녀를 기소하는 것은 미국에 매우 분열적이 될 것이며 클린턴 부부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테이블에서 완전히 치워진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매우 강력히 생각하는 게 아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히는 등 통합 행보를 보여 왔다. 하지만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을 비롯한 트럼프 당선인의 강경파 측근들은 이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클린턴에 대한 수사를 압박하고 있다.

한편, WP를 비롯한 대부분 언론은 재검표를 해도 결과는 뒤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도 이날 CNN 방송 인터뷰에서 “재검표를 통해 심대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다만 “(논란이 있는 지역에 대해) 재검표 절차를 밟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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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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