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냉동만두 시장은 30년 가까이 해태제과 ‘고향만두’의 독무대였다. 1987년 처음 등장한 고향만두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으며 한국인의 별미로 자리잡았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적당한 크기에 특유의 담백하면서 고소한 맛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하지만 2013년 말 CJ제일제당이 ‘비비고 왕교자’를 내놓으면서 냉동만두 시장은 전환점을 맞이한다. 크기와 재료에서 기존 냉동 교자만두의 고정관념을 깨트린 비비고 왕교자는 출시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단숨에 1위 제품으로 올라섰다. 비비고 왕교자의 성공에 자극받은 식품업체들은 올 들어서만 냉동만두 신제품 수십종을 출시하고 주도권 탈환을 노리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지난달 출시한 ‘올반 육즙가득 왕교자’는 냉동만두 시장의 다크호스로 꼽힌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육즙이 풍부하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존에도 육즙을 강조한 제품은 여럿 있었지만 실제로는 차별점이 없었기에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 조리법에 따라 올반 육즙가득 왕교자를 시식해봤다.
봉지를 뜯었을 때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큼직한 크기다. 비비고 왕교자와 비슷한 크기지만 만두피의 주름이 더 많아 흡사 만두전문점에서 손으로 빚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만두피를 열어 보니 한눈에 봐도 큼직하게 썬 돼지고기와 야채가 인상적이었다.
찐만두로 조리한 뒤 한입 베어 물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육즙이 너무 뜨거워서 놀랐고 입안에 가득 퍼져서 또 한번 놀랐다. 담백한 만두피에 진한 육즙이 듬뿍 들어 있어 마치 중국식 만두인 샤오롱바오(小籠包 )와 비슷한 식감을 냈다. 군만두나 물만두로 조리해도 육즙이 달아나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만두소에 들어간 재료도 기존 냉동 교자만두와 달랐다. 돼지고기를 포함한 각종 재료를 잘게 다지지 않고 0.5㎝ 크기로 썰어냈다. 때문에 육즙과 속재료가 따로 놀지 않고 자연스레 어울렸다. 신세계푸드는 국내산 돼지고기 함량을 35%까지 높이고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 표고버섯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올반 육즙가득 왕교자의 핵심은 육즙이다. 국내에 출시된 냉동만두 중 육즙이 가장 풍부하고 입안에 퍼지는 식감도 일품이다. 과장을 조금 더해 시중 만두전문점에서 맛볼 수 있는 딤섬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앞서 육즙을 강조한 냉동만두가 모두 고객의 외면을 받았다는 점에 비춰 보면 올반 육즙가득 왕교자의 경쟁력은 더욱 돋보인다.
육즙의 비밀은 특허까지 출원한 독자적인 기술에 있다. 신세계푸드는 제조가 끝난 만두에 육즙을 주입해 냉동하는 기존 방식 대신 육수를 식혀 젤리 상태로 만든 뒤 처음부터 만두소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반고체 상태의 육수를 만두소 곳곳에 분산시킬 수 있고 장기간 냉동보관을 해도 육즙이 날아가는 것을 막아준다.
올반 육즙가득 왕교자는 신세계푸드가 종합식품회사로의 변신을 선언하며 출시한 야심작이다. 냉동만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벌써부터 마니아층이 생길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앞으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향후 3년 내 연간 4,000억원 수준인 국내 냉동만두 시장에서 점유율 10% 이상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