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김기춘, 차은택 만남 지시 '靑 입장 난처' 구체적 응답은 '여전히 모르쇠'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역할을 뒷받침하는 정황과 진술이 속속 나와 청와대로서는 곤혹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구속기소된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씨의 만남을 둘러싼 양측 사이의 공방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연관성이 밝혀진 것.


차 씨의 변호인이 27일 취재진과 만나 “차 씨가 2014년 6∼7월께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에서 당시 김 실장과 김 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정성근 문체부 장관 내정자를 만난 사실이 있다”며 최순실 씨 소개로 김 전 실장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 전 실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께서 차은택이라는 사람을 한 번 만나보라 해서 공관으로 불러 만났다”고 반박했다.

김 전 실장은 그동안 ‘최 씨를 전혀 모른다’고 거듭 밝혀온 만큼 자신과 최 씨의 관련설을 증폭시키는 차 씨 변호인의 주장을 반박하려는 목적에서 ‘대통령 지시’를 해명 카드로 꺼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의 해명은 박 대통령이 최 씨의 요청을 핵심 참모들에게 전달해 그의 국정농단을 방조했다는 의혹을 키우는 셈이어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 씨가 김 전 실장과 만남 직후인 2014년 8월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는 점에서 최 씨가 정부 인사에 개입했고, 박 대통령이 그대로 최 씨의 말을 따랐다는 의혹도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차 씨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이 차 씨 등의 이권 독식을 도와주는 내용의 구체적인 지시를 한 정황이 담긴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검찰은 차 씨가 최 씨와 함께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를 인수하려 하고 자신의 지인들을 KT 임원으로 앉히려 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포레카가 대기업에 넘어가지 않게 챙겨줘라”, “홍보 전문가가 있으니 KT에 채용될 수 있도록 KT 회장에게 연락하라”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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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박 대통령 연루 의혹에 청와대는 여전히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고 있지 않다. 여기에다 29일까지로 시한을 설정한 검찰의 대면조사 요구에도 응답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전 실장이 박 대통령 지시로 차 씨를 만났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내가 알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다만, 청와대 내에선 박 대통령과 차은택과의 관계, 최순실의 역할 등에 대해 범죄의 목적이 아니라 문화융성 추진을 위한 국정행위 차원에서 이뤄진 게 아니겠느냐는 막연한 추측만 제기되고 있는 상황.

청와대 참모들은 이와 관련, 유영하 변호인이 오후에 입장을 표명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또한, 박 대통령이 탄핵소추안 처리를 앞두고 3차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 등의 형식을 통해 이런 의혹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해명하고 재차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따.

한 참모는 “대통령께서 대국민 메시지를 낼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면서 “어떤 메시지를 어떤 형식으로, 언제 낼지에 대해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수사에 관한 설명과 국민에 대한 사과, 앞으로 정치와 관련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나름대로 설명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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