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기업 돈줄 막히자…정부, 채권시장안정펀드 재가동

고금리에 허덕이는 서민 지원, 정책금융 공급 규모도 확대

정부가 채권 금리 급등으로 기업의 자금 조달에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채권시장 안정펀드를 재가동하기로 했다. 금리 상승기에 금융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는 서민층을 위해 정책금융 공급 규모도 늘리기로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가진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경우 수요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채권시장 안정펀드를 재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채권시장안정펀드 가동 시기 등은 정부의 비상 대응책(컨티전시플랜)인 만큼 미리 공표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앞으로 금리 등 채권시장의 상황을 보면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를 조성하고 작동시킨 바 있다. 시장에서 소화가 안 되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채권을 모아 공공기관의 보증으로 신용도를 보강한 뒤, 펀드에서 이를 사들이는 형태다. 현재도 90곳의 금융회사와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지원하는 ‘캐피탈 콜’ 방식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운용 협약이 있다. 금융당국은 이 규모를 10조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9년 만에 채권시장안정펀드 카드를 다시 꺼낸 것은 대세적인 금리 상승기로 접어든 데 따라 기업의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장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 채권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국정 혼란이 심화하고 있는 국내 정국 역시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다. 채권 및 대출금리의 급등세가 유지될 경우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 기업의 시장성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할 뿐 아니라 채권금리와 연계된 은행의 기업대출 금리도 상승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설비투자 및 고용 감소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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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국책은행을 통한 회사채 시장 수요 확충에도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산업은행의 ‘회사채 인수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내년 1·4분기 중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 상황을 보면서 회사채 인수 규모를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한편, 시중은행의 금리체계 적정성을 점검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으로 전체 은행을 대상으로 가산금리 산정 체계의 적정성에 대한 점검을 진행하고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지도에 나선다. 금리 상승기에 특히 타격이 큰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차원에서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금융 공급 규모를 올해(5조7,000억원)보다 확대하고, 프리워크아웃제도 개선을 비롯해 한계 차주의 연체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또 12월을 ‘서민금융 집중 점검의 달’로 지정해 금융위·금감원의 현장점검반이 서민금융기관을 집중 방문해 취약계층의 금융 애로를 살피기로 했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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