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단체 카톡방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근무하는 대학원 동기 한 명이 배우 이정재가 미술관에 왔다며 직접 촬영한 사진이 올라왔다. 곧이어 여자 동기들은 미술관에 조각상이 걸어 다닌다며 환호했다.
배우 이정재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의 홍보대사이다. 연예인 최초로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홍보대사로 위촉이 되어 지금까지 미술관의 주요 행사에서 활약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뮤지엄 매너 캠페인’에 1호로 서명하였고, 작년 ‘올해의 작가상’ 시상식에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전시 라인업을 소개하며 미술관 관람을 제안하는 영상을 촬영하기도 하고, 두 달 전 종료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이중섭, 백 년의 신화’ 전시에서는 작품 해설 전시 오디오가이드를 녹음했다. 전시를 찾은 관람객은 이정재의 목소리로 작품 해설을 들으며 이중섭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동안 미술관의 오디오가이드는 정확한 발음으로 작품에 대한 설명의 전달력이 좋은 성우들이 녹음하며 전시를 안내해왔지만, 최근에는 성우가 아닌 배우가 그 역할을 한다. 정확한 발음보다도 익숙한 음성이 해설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점, 인기 배우로 인해 전시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 등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제훈, 지진희, 지창욱, 송승헌, 장근석 등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한류 스타급 배우들은 규모 있는 전시의 오디오가이드 녹음에 러브콜을 받아 참여해왔다.
최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했던 ‘미디어 시티 서울’ 전에는 개성 있는 목소리를 가진 관록의 여배우 윤여정이 오디오가이드 해설로 참여했는데, 난해할 수 있는 미디어 전시에 친근하고 편안한 해설이 인상적이었다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오디오 가이드에 참여한 스타들은 대부분 ‘목소리 기부’, ‘재능 기부’ 차원에서 녹음으로 인한 수익금의 일부 혹은 전체를 의미 있는 곳에 기부한다.
2년마다 한 번 개최되는 ‘광주비엔날레’는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전시 행사라는 공신력만큼 그해의 홍보대사가 누구일지 귀추가 주목되기도 하는데, 11번째를 맞은 이번 해의 홍보대사는 배우 현빈이었다. 홍보대사로 위촉을 받은 현빈은 당시 많은 팬들 사랑 덕분에 한류 배우로 자리매김했다며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도움을 다하겠다고 문화예술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의미로 ‘노개런티’로 홍보 활동했다.
한남동에 복합문화공간 스튜디오 콘크리트를 설립하여 젊은 작가를 지원하며 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도 활동하는 배우 유아인은 이번 달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리는 ‘다빈치 코덱스’ 전 홍보대사에 위촉되었다. 위촉과 동시에 유아인은 소외계층 아동 청소년에게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4,000만 원 상당의 전시 티켓을 기부했다.
이들은 더는 VIP 개막식에 발걸음해서 카메라 세례를 받고 마는 홍보대사는 원하지 않는다. 홍보대사로서 전시를 해석하는 이해력과 전시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자연스럽게 문화애호가의 이미지와 함께 올바른 기부 문화 형성을 선도한다는 긍정적인 이미지까지 얻는다.
스타만을 앞세워 지나치게 상업적인 홍보에 치우치지 않는다면 미술관, 스타, 관람객 모두가 완성도 높은 전시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