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가 원고본(초본)에서 친일 행위가 일제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서술했다가 국사편찬위원회의 지적을 받고 수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더불어민주당 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별위원회는 국편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교과서 원고본 검토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원고본의 내용은 들어있지 않지만, 국편이 지적한 ‘수정권고사항’과 해당 페이지, ‘이유 또는 근거’가 명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편은 중학교 <역사2> 원고본의 친일파 서술에 대해 “현재의 서술은 일부 유력자가 친일 반민족 행위가 일제의 일방적인 강요에 의해서만 나타난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다분함. 친일행위의 자발성에 대해서도 언급할 필요”라고 지적했다. 국편은 ‘식민 지배 및 침략 전쟁에 적극 협력한 일부 한국인의 친일 반민족행위가 있었음에 유의한다’는 편찬기준을 근거로 삼았다.
중학교 <역사2> 원고본은 또 친일 논란이 있는 작곡가의 작품을 민족독립의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하려다 국편의 지적을 받았다. 국편은 “안익태의 ‘한국 환상곡’ 작곡을 민족독립 의지의 표현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검토 필요. 친일 논란이 있으므로 서술에 신중할 필요”라고 지적했다.
국편은 광복 이후 한반도의 경제 위기에 관한 교과서에 서술에 대해서도 “광복 이후 경제 생활의 어려움을 남북한 산업 시설의 편중성, 식량문제와 인플레이션 등에 대한 언급없이 일본인 기술자의 귀환 등으로 설명하는 것은 부적절”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원고본은 독재 정권에 대한 서술에서도 국편의 지적을 받았다.
국편은 “3·15 부정선거에 대한 이승만 정부의 책임을 명백히 하지 않으면 4·19 혁명과 이승만 대통령 하야가 설명되지 않는다”며 “3·15 부정선거에 대해 내무부·경찰 동원 등 정부 개입과 반대 시위의 요구사항을 명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3선 개헌과 장기집권은 자유민주주의 질서의 훼손에 대한 문제이지 이승만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로 국한할 수 없음”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희 정권을 ‘유신 체제의 탄생’이라고 기술하고 새마을운동의 성과만 부각하려 한 부분도 국편의 지적을 받았다. 국편은 고등학교 <한국사> 원고본에 대해 “탄생이란 소주제명을 수정하고, 독재라는 표현을 분명히 할 것”, “장기집권에 따른 독재화로 민주화 시련 과정을 보완, 서술할 것”, “새마을운동의 성과뿐만 아니라 한계도 지적할 것” 등의 의견을 냈다.
국편의 검토보고서는 지난 5월 국편 연구관 24명이 6개 분야별로 4명씩 담당해 작성했다. 중,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3권의 검토본에 대한 국편의 지적사항은 2,000건을 넘겼다.
민주당 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위는 “지난 5월 처음 제작된 교과서에는 친일·독재 미화 성향이 더 노골적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검토의견에서 2,025건을 지적받았다는 것은 아무리 고쳤다고 해도 이 교과서가 학교에 사용하기 어려운 불량품 수준임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인턴기자 gogunda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