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 남자’에서 진일 역의 최민호(25·사진)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두들겨 맞아서 퉁퉁 부은 얼굴로 나온다. 아이돌 그룹 ‘샤이니’ 출신으로 반듯한 이미지의 모범생에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 같은 그였다. 진일 역은 그간 대중에게 각인된 최민호의 이미지에 대한 변신인 동시에 배우로서의 무한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인터뷰 첫마디부터 최민호는 역시 밟히고 차이는 맞는 화제의 액션 장면 이야기를 꺼냈다. “진짜 온 힘을 다해 밟혔어요. ‘저거 진짜 아니지?’라고 의문 갖고 계신 분들 많은데 진짜 세게 맞고 맞고 나서는 한참 막 아파하면서 엎드려 있었어요. 덩치 큰 선배님들이 저를 팰 때 약하게 하시고 액션만 보여주시는 것 같아서 제가 괜찮으니까 그냥 막 때리셔도 된다고 말씀 드렸죠.”
‘두 남자’는 가출청소년들이 가족을 이뤄 생활하는 ‘가출팸’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최민호는 ‘가출팸’의 가장 진일 역으로 여자친구, ‘가출팸’의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과 의리가 강한 캐릭터다. 비록 집을 나와 ‘차털이’, ‘핸드폰 소매치기’ 등 불법을 저지르지만 ‘이유 있는 비행’인 까닭에 최민호도 연기를 하면서 굉장히 힘들었다고 한다. “진일이가 너무 불쌍했어요.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없어진 진일이 남의 물건을 훔치고 나쁜 짓을 하는데 이해도 가지만 그래도 불법을 저질러서는 안 되는데 그게 이해가 가는 거예요. 분명히 잘못한 짓인데도요.”
최민호는 거친 액션과 캐릭터에 대한 감정 이입뿐 아니라 악덕 노래방 업주 형석 역의 마동석과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며 그에 당당하게 맞서야 하는데 대선배 앞에서 기죽지 않고 연기하는 것이 커다란 숙제였다고도 털어놓았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느낌 형석과의 팽팽한 긴장감을 어떻게 표현해내는지가 연기 성공의 관건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첫 촬영하고 나서 마동석 선배님에 밀리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힘들었고, 촬영 내내 감독님하고 선배님하고 이 숙제를 어떻게 풀지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애초에 SM엔테테인먼트에 연습생으로 들어갈 때 최민호는 배우로 계약을 했다. 그런데 연습생 시절 우연히 ‘샤이니’라는 아이돌로 2008년 데뷔하게 됐다. 가수 활동을 하면서도 연기를 조금씩 할 만큼 연기에 대한 갈증은 늘 남아있었다. 어떤 감독과 작품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최민호는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모든 감독님, 선배님들과 작품을 해보고 싶다”며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찬 듯 천장도 봤다가 벽도 봤다 하며 정신없이 대답했다.
사진제공=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