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경상수지 흑자의 뒤안길에서

임승태 전 금통위원



지난 10월말까지 경상수지는 56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역대 최장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상수지를 약 970억 달러 흑자로 전망하면서 국내총생산(GDP)에서의 비중은 6% 중반에 달할 것이라 한다. 여행수지 적자와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운송수지 악화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가격하락, 기업의 투자부진 등으로 일견 선방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시적으로 볼 때 경상수지 흑자는 우리 상품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상징하고 대외지불 능력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를 높인다. 거시경제 구조 측면에서 바라보면 국내투자가 국내저축에 미치지 못함으로서 발생하는 잉여저축분이 해외로 나가는 ‘우리 경제의 해외저축’이라 해석할 수도 있다. 현 상황을 경제주체별로 살펴보면 가계의 소비와 저축이 감소하는 가운데, 기업은 투자부진으로 인한 잉여저축으로 대규모 저축의 주체로 등장하고 있고 정부는 이러한 수요 부진을 메꾸기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함으로써 재정수지가 악화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변화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의 모습으로써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너무도 흡사하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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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구조조정의 시급성이 확인된다. 1989년부터 버블이 붕괴해 가던 일본 경제에 구조조정이라는 주제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8년 동아시아 위기 이후다. 10년 가까이 일본 대장성과 은행들은 구조조정 없이 용인적 대출을 계속해 경제의 새싹이 돋는 과정을 지연시켰고 이는 일본 경제의 활력 회복을 늦추는 한 요인이 되었다.

다음으로 물적 투자가 성숙한 우리 경제상황에서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유형투자는 부가가치를 제대로 창출할 수 있는 부문에만 선별적으로 집중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순자본스톡( 자본계수, K/Y)’는 이미 선진국의 균제성장 경로 수준인 3배를 넘어섰다. ‘GDP 대비 투자비율’도 외환위기 이후 1차 조정기(35%→30%)에 이어 2차 조정기 (30%→25%)로 진입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변화를 놓치고 일본처럼 대규모 물적 투자를 지속할 경우 자본수익 하락과 ‘투자의 소비화’ 등으로 경제주체의 부채만 누적시키기 쉽다. 우리 경제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흐름에 제대로 편승할 수 있도록 산업구조를 과감히 바꾸는데 집중 투자할 것을 제안한다.

끝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적정 수준에 머물도록 거시변수를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와 달리 수출의 소득 및 일자리 창출효과는 많이 약화했다. 가계의 소비여력에 대한 기여도 역시 제한적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민간소비 등 내수위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 간 또 가계 내에서의 소득불균형 문제를 완화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면 이제 새로운 접근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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