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6차 촛불집회에서도 시민들은 정권을 향한 분노를 폭력이 아닌 풍자와 해학으로 표출했다.
3일 촛불집회가 열린 광화문광장 등 서울 도심에서는 집회 시작 전인 정오께부터 일찌감치 시민들이 모여 들었다.
시민들은 각자 기발한 방식으로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과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의 처벌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세종대왕 동상 앞에는 ‘닭’을 향해 ‘당장 꺼지거라!’라고 호통치는 세종대왕 그림이 전시됐고, ‘박근혜 전격 구속’이 헤드라인인 ‘가짜 호외’도 뿌려졌다.
한 시민은 ‘연쇄담화범 박근혜 즉시 탄핵’이라고 쓰인 피켓으로 주변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박 대통령의 세 차례에 걸친 대국민 담화가 국민의 분노를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채질하는 점을 비꼬았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조선하청노동자들은 ‘근혜퇴진호’, ‘고용안정호’라고 적힌 배 모양의 대형 조형물을 끌며 이동했다.
박 대통령과 대기업 로고를 오랏줄로 묶은 모양의 조형물도 모습을 드러냈다.
특이한 복장으로 다른 참가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시민도 있었다. 해동검도 체육관을 운영한다는 임영환(43)씨는 지인들과 조선 시대 장군 복장을 하고 광장을 누볐다.
임씨는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 무예 하는 사람으로서 나라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에 장군 복장을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풍자에 ‘놀이’를 결합시켰다. 광장 한쪽에서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얼굴이 그려진 짐볼(고무 재질의 운동용 공)을 발로 차는 놀이판이 벌어졌다.
원활한 행사를 위해 자원봉사자로 나선 시민들도 보였다.
주말에 한강에서 구조 봉사를 한다는 직장인 권일(60)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응급치료 자원봉사자로 참가했다.
권씨는 “오늘은 한강보다 이쪽이 더 중요한 것 같아 광화문 광장으로 나왔다”라면서 “앞으로도 집회에 나와 응급 상황이 벌어지면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의 절정은 ‘횃불’이 밝혔다. 오후 7시 30분께 광화문 앞에 횃불을 든 참가자들이 등장했고, 이어 내자동과 삼청동 쪽으로 이동했다.
주최 측은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촛불 발언에 항의하려고 횃불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최근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집회에는 오후 9시 30분까지 서울에만 170만명, 전국적으로는 232만명이 운집했다고 주최 측은 공개했다. 경찰은 서울에 32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사진=MBN 뉴스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