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경제 죽쑤고 親난민정책 역풍...설 땅 크게 좁아진 유럽 좌파

뚜렷한 경제성장 전략 부재로

노동자 등 핵심 지지층 이탈

‘反난민정서’ 확산도 한몫

英노동·佛 사회·獨 사민당

1980년대 이후 인기 하락세

지지율 30% 아래로 떨어져

스페인·伊 좌파정당도 힘못써

극단세력 영향력 날로 커져



유럽 정치를 장악했던 좌파 정당의 입지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유럽 주요국에서 집권한 좌파 지도자들이 효과적인 경제성장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가운데 반(反)난민정서가 확산되면서 좌파 정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대신 극단주의 세력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가는 형국이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3대 강국인 영국·프랑스·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좌파 정당의 인기가 추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각 국가에서 대표적 좌파정당으로 꼽히는 영국 노동당과 프랑스 사회당, 독일 사회민주당은 지난 1980년대 이후 지지율 하락세를 거듭해 현재 국민 지지도가 30%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신문에 따르면 스페인 사회당은 최근 지지율이 20% 초반대로 급락했고 이탈리아에서는 중도좌파 민주당 소속인 마테오 렌치 총리가 국민투표 부결로 총리직에서 물러나기까지 했다.


유럽에서 좌파 정당이 몰락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점으로 풀이된다. WSJ는 “유럽 좌파 세력들이 경제정책에서 우파와 구분되는 뚜렷한 노선을 만들어내지 못한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가부채 감축에만 매몰됐다”며 “이는 노동자·중산층 등 좌파 정당 핵심 지지자들에게 실망만 줬다”고 분석했다. 에프클리디스 차칼로토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최근 성명에서 “중도 좌파와 좌파 모두 잘못하고 있다”며 “좌파만의 경제정책을 내놓지 못했고 이는 글로벌 경제에서 시민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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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오는 이민자들의 이주를 무리하게 수용한 것도 좌파 정당들에 독이 됐다. WSJ는 “좌파 정부는 난민 수용에 대해 자국 국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며 “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조차 적극적인 이민자 수용정책을 펴는 유럽연합(EU) 정책에 대해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난민에게 우호적이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내년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난민수용 인원을 줄이고 있다”며 “이는 유럽 유권자들의 반난민정서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가장 큰 문제는 좌파 정당의 몰락을 기회로 극단주의 세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층에서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으로 이탈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고 프랑스 노동계급 유권자들은 사회당 등 좌파 정당을 버리고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을 선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문은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것보다 유럽 좌파 정당의 몰락이 더 큰 위기라고 분석했다. WSJ는 “미 민주당과 달리 유럽 좌파 정당들은 중도 좌파, 좌파 등 이념에 따른 분파가 다양해 내부 경쟁이 심하다”며 “그만큼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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