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는 9일 출근하자마자 예정에 없던 긴급 국무위원 간담회를 여는 등 긴장한 분위기에서 오전을 시작했다.
황 총리는 평소처럼 총리 공관에서 8시 50분께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 도착했다. 기자들과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는 나눴으나, 표정은 굳어 있었고 더 이상의 말은 아꼈다.
그는 9시부터 유일호 경제부총리, 이준식 사회부총리를 포함한 전 국무위원을 소집해 1시간 10여 분 가량 긴급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황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국정 운영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현재 추진 중인 정책을 차질없이 이행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총리는 이날 공식 일정을 자제하고 국회 본회의 표결 상황을 주시하면서 권한 대행으로서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 총리실도 비상근무태세에 들어갔다. 8일 오전 황 총리 주재로 실장급 간부들이 참석하는 간부 티타임을 가진 데 이어 8일 저녁에도 또다시 간부 티타임을 열었다. 또 9일 오전에는 긴급 국무위원 간담회 직전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이 총리실 간부들을 소집해 티타임을 하며 탄핵표결 이후의 상황을 논의했다. 정치권은 탄핵안 가결 가능성이 높다고 하지만 총리실 입장에서는 권한대행 준비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부담이기 때문에 최대한 물밑 작업을 하면서도 혹시 발생할 지 모르는 국정 혼란을 막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총리실은 2004년 63일간 고 건 전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사례를 토대로 시간 단위별 이행 계획을 짜고 있다. 국방, 치안, 외교를 우선 챙기고 경제 등 민생 안정을 위해 서민 정책에 신경을 쓰도록 지시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임시 국무회의, 총리의 입장 발표 등 과거 했던 주요 일정도 비슷하게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변수는 있다. 2004년에는 오전 11시 57분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됐고, 이번에는 본회의가 3시에 예정되어 있어 길면 5시가 넘어서 가결 여부가 판가름난다. 또한 가결 이후 2~3시간 걸려서 국회가 청와대로 탄핵안 의결서를 전달해야 법적으로 대통령의 직무가 권한대행으로 이전된다.
다만 고 전 총리는 탄핵안 가결 직후 의결서가 청와대로 전달되는 오후 5시 전에도 총리의 입장 발표, 관계장관회의 등을 열었다. 국정 안정을 위해 황 총리도 오후 6시께 각종 회의나 입장 발표를 할 수 있지만 고 전 총리에 비해 물리적으로 9일 안에 같은 일정을 소화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다만 토요일인 10일 오후에는 광화문 서울청사 주변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어 정상적인 업무가 힘든 상황인 만큼 10일 오전 중에는 주요 일정을 모두 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총리의 입장 발표와 별개인 대국민 담화를 10일 오전에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