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촛불집회가 예정된 10일 광화문역에 도착하자 길을 따라 늘어선 노점이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인 인기 상품인 LED촛불을 비롯해 오뎅·꼬치·햄 등 먹을거리와 후드티·목도리·레깅스 등 옷가지까지 판매하는 품목은 다양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모든 판매품에 ‘하야’라는 단어가 포함됐다는 것.
이날 오후 3시경 상인들은 한파에 대비해 온몸을 꽁꽁 싸맨 채 손님 맞을 준비가 한창이었다. 1차 촛불집회부터 계속해서 참석했다는 임호진(46)씨는 “올 때마다 날씨가 추웠다”며 “얇게 입고 나온 시민들도 꽤 있는데 그런 분들이 따뜻한 옷을 현장에서 찾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후드티를 제작해 판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판매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말을 이은 임씨는 “200장을 가져왔는데 아직 집회 초반이라 많이 팔지는 못했다”고 했다. 그는 “그래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물어봐 주고 관심을 많이 가져주고 있어 (판매량이) 적지는 않을 것 같다”며 “안중근 의사의 손바닥 프린팅은 인터넷에서 동의를 구해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임씨가 판매하는 후드티는 안중근 의사의 손바닥 프린팅과 ‘즉각 하야’라는 문구와 함께 쓰여있다.
기자에게 “이따가 하야어묵 먹으러 오라”고 우스갯소리를 건넨 이정모(55)씨는 1차 촛불집회부터 광화문 역 앞에서 갖가지 물품을 판매해왔다. 이씨는 “하야어묵·하야모자·하야나팔 등 여러 가지 품목을 준비해 판매했다”며 “그 중에 어묵이 가장 잘 팔려서 오늘은 오뎅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450인분을 준비해왔다는 이씨의 말에 기자가 놀란 기색을 보이자 “옆 점포는 1,500인분을 싸왔다”며 웃었다. 그는 “3차 때도 어묵이라 그때 손님들이 가장 많았다”며 살짝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야’라고 쓰인 마스크를 판매중인 정진영(39)씨는 “오늘로 네 번째 집회에서 마스크를 팔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한가지 품목만 판매하다 보니 매출은 늘 비슷했다”며 “보통 2시부터 6시까지가 가장 잘 팔린다”고 귀띔했다. 그 이후부터는 행진이 시작되기 때문에 대열에서 이탈해 역 쪽으로 오는 사람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정씨는 “집회 중간 중간 노래하거나 공연 등이 진행될 때도 조금씩 판매는 한다”며 “8시쯤이면 점포를 접는다”고 덧붙였다.
여러 가지 문구가 쓰인 노란 목도리를 판매 중인 장동혁(48)씨는 “판매는 6차 촛불집회부터 시작해 이번이 두 번째”라며 “판매 수익금은 전액 퇴진운동본부에 기부된다”고 밝혔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기적 컬쳐그룹 2%’라는 임시단체 소속이라고 밝힌 장씨는 “5차 촛불집회 때는 목도리 1,000장을 만들어서 퇴진운동본부에 기부했다”며 “광장 쪽에 점포가 하나 더 있는데 총 400장 정도 가지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목도리가 집회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기념품이라고 생각하고 사가시는 분들이 꽤 있다”고 했다.
장씨는 “‘세상을 바꾸는 작은 기적 컬쳐그룹 2%’는 일반인 몇 명이 모여 만든 단체로 5차 촛불집회에 모인 100만명이 전체 국민 2%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김나영기자·최재서인턴기자 iluvny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