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소추위원 대리인으로 여야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방안을 헌법재판소에 타진하고 나섰다. 법률가 출신 의원들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여야 협력 체제로 탄핵 과정에 임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11일 여야 탄핵추진단 소속 의원 등에 따르면 권 위원장은 지난 9일 소추위원 대리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변호사의 범위가 현직 변호사에 한정되는지,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확장해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권 위원장은 헌재에 탄핵안 접수 직후 김정원 헌재 수석연구부장을 만나 “소추위원의 대리인이 될 수 있는 변호사의 요건을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폭넓게 해석해준다면 변론기일 등에 소추위원이 직접 들어갈 수 없더라도 여기 계신 의원들이 들어갈 수 있고 (좋지 않겠느냐)”라고 덧붙였다. 당시 현장에는 탄핵추진단장이자 법률가 출신인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현재 헌재 심판규칙은 ‘소추위원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탄핵심판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변호사가 반드시 현재 활동하는 변호인이어야 하는지가 쟁점이다.
2013년 국회법 개정으로 국회의원은 변호사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직업을 겸할 수 없다. 이에 변호사 출신 의원은 6개월 이내에 휴업 신고를 해야 한다. 엄밀히 따지면 법률가 출신 국회의원은 현직 변호사가 아닌 휴업 변호사인 셈이다. 2013년 국회법 개정 이전에는 겸직 금지 조항이 없었던 터라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리 당시 현직 의원 40여명이 김기춘 당시 소추위원의 대리인으로 참여했다.
헌재가 대리인이 될 수 있는 변호사의 의미를 좁게 해석하면 소추위원이 기일에 참석하지 못할 때 변호사가 참석하게 된다. 또 여야 의원들은 자문단처럼 2선에서 활동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휴업 중인 변호사도 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면 여야 법률가 출신 의원들이 대리인 자격으로 재판 현장에서 대통령을 신문하는 등 공방을 벌일 수 있게 된다. 재판 전략이나 심리 쟁점 분석, 법리 검토 등에도 공식적으로 참여하게 돼 탄핵 정당성 주장에도 힘을 실을 수 있다.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은 “발의 단계부터 함께한 의원들이 함께한다면 탄핵 추진의 정당성이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영리 활동이나 대가를 위한 변호사 활동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의원들의 경우 대리인으로 참여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