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법원경매 시장 특징은 아파트·주상복합에서 시작된 주거시설 경매 시장의 열기가 연립·다세대 주택뿐만 아니라 상업시설 전환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 가능한 단독주택까지 이어진 점이다. 그 어느 때 보다 주거시설 경매 열풍이 뜨거웠다.
실제 법원경매 전문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주거시설 경매 시장의 경쟁률을 나타내주는 지표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 평균 응찰자 수 모두 올해 최고를 기록했다.
주거시설 평균 낙찰가율은 2012년 71.1%에서 매년 상승해 올해(1~11월) 87.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지옥션이 경매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연간 낙찰가율이 85%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07년(85.1%), 2015년(86.0%)에 이어 올해가 세 번째다. 평균 응찰자 수도 꾸준히 상승해 올해는 6.1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 아파트·주상복합, 올 낙찰가율 평균 92.3% = 주거시설 중 아파트·주상복합의 경우 올해 1~11월 평균 낙찰가율은 92.3%로 2015년보다 0.9% 포인트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매 특성상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는 권리(임차인 보증금 등)가 있을 경우 낙찰가율이 하락하는 점 등을 반영하면 사실상 90% 초중반이 유의미한 통계치의 최고점이라는 게 지지옥션의 설명이다.
지지옥션이 올해 1~11월 수치를 근거로 추산한 올해 전체 아파트·주상복합 경매 진행 건수는 2015년보다 약 4,800여건 줄어든 1만 9,000여건이다. 이에 따라 아파트·주상복합에 대한 평균 응찰자 수는 역대 최고 수준인 7.9명에 달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 번도 유찰되지 않은 신건에 대한 인기가 급등하기도 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응찰자들이 일반적으로 경매물건은 유찰될 것으로 보고 유찰된 물건부터 검토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신건 경매에 몰렸다”며 “경매에서 경쟁이 심해지고 낙찰가율이 급등하면서 유찰에 따른 가격 하락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 응찰자들이 경쟁이 그나마 덜한 신건 경매를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1~11월 낙찰된 아파트·주상복합 중 응찰자가 가장 많았던 상위 10건 중 4건은 신건이었다. 6건은 전용면적 60㎡ 미만 소형 아파트로 조사됐다. 투자 금액이 적고 신혼부부나 1인 가구 등 전월세 세입자를 구하기 쉽다는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1~11월 응찰자가 가장 많았던 아파트는 94명이 응찰해 5월 25일 낙찰된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소만마을 부영1단지 아파트 전용면적 45㎡형이다.
◇단독·다가구도 낙찰가율 80% 넘어 = 단독·다가구 주택의 인기도 높아졌다. 올해 1~11월 주택·다가구 평균 낙찰가율은 83.1%로 지지옥션의 2001년 1월 경매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평균 응찰자 수도 지난해에 이어 3.9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단독주택의 경우 서울을 비롯한 도심 지역과 그 외 지역 물건의 낙찰 목적은 다른 것으로 추정된다. 도심지역 단독주택은 경매 낙찰 이후 개성을 살려 리모델링을 한 사례 등이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서울 홍대입구, 이태원 등 상권이 확대되는 지역에서는 오래된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해 상업시설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지지옥션은 설명했다. 지방의 경우는 귀농, 귀촌을 위한 농가주택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주변 경치가 우수하고 관리가 잘된 단독주택은 많은 응찰자가 몰리기도 했다. 올해 3월 16일 진행된 전남 담양군 금성면의 토지 484㎡, 건물 50㎡ 단독주택 경매에는 응찰자가 103명이 몰리며 1~11월 주거시설 경매 중 최대 응찰자 기록을 세웠다. 한 건설업체가 소유하고 있었던 해당 물건은 잘 관리된 잔디밭과 정자, 석탑 등 조경이 우수하고 감정가도 6,236만원에 불과해 인기가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