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산업부의 지나친 협상 입단속



“에콰도르가 우리나라를 5대 생물해적국가로 꼽았다는 건 처음 듣는데요.”

에콰도르 고등교육과학기술혁신부와 지식재산청은 지난 6월 에콰도르 고유종을 이용해 제품특허 출원을 가장 많이 하고도 자국에 승인 요청을 하지 않은 5개국을 발표하면서 미국과 독일·네덜란드·호주, 그리고 우리나라를 지정했다. 하지만 에콰도르와 자유무역협정(FTA)인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언론에 ‘모르쇠’로만 일관한 것이다.


대신 산업부는 에콰도르의 5대 생물해적국가 지정과 SECA 조항에서 나고야의정서 명문화 요구를 보도한 서울경제신문 보도 과정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산업부 안팎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협상 중에 기사가 나가면 안 된다” “누가 흘렸느냐”며 관계자들을 추궁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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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에서 최우선은 국익이다. 보안도 필요하지만 제대로 협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것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한미 FTA 때는 협상 내용이 언론에서 실시간 중계되다시피 했다. 한중 FTA도 마찬가지다. 특히 2007년 한·유럽연합(EU) FTA 협상 때 외교부의 제조업 개방안을 놓고 브뤼셀에서 별도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외교부의 주장을 반박했던 곳이 산업부다. 당시 내부 분열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이는 국내 산업을 지켜야 한다는 산업부의 충심이었을 것이다. 에콰도르와의 협상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정부의 협상과정보다 때로는 국민의 알 권리가 더 중요하다.

나고야의정서와 생물다양성은 생각보다 제약업계에 파급력이 크다. 2009년 ‘타미플루’를 만든 로슈는 1년에 3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타미플루의 주원료는 중국의 팔각나무 열매다. 당시 중국 정부는 별다른 이익을 얻지 못했지만 이익공유를 강제하는 나고야의정서가 본격화하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산업부는 내부 입단속보다 협상안과 상대방의 요구안을 더 꼼꼼히 따지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과거 산업부는 일부 FTA 협상 논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이 명예를 회복할 기회다. 산업부의 분발을 기대한다.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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