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금리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7월 말 1.4%에 불과하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현재 2.3%로 올라섰습니다. 미국 역시 1.5% 내외에서 맴돌던 10년물 국채금리가 현재 2.5%에 육박했습니다. 한국과 미국 모두 국채금리가 2015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습니다. 오랜 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하며 잠잠하던 금리가 국내와 국외를 가리지 않고 오르기 시작한 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나면서부터입니다. 인프라 투자 확대, 금융규제 완화, 일자리 창출 등 트럼프가 대선 기간 중 공약으로 내걸었던 경제정책들이 미국경기 회복과 물가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며 채권시장이 이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시장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12월 예정(13일~14일)돼 있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2015년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래 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것입니다. 내년에도 2~3차례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앞으로도 전 세계 시장금리 흐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의 금리상승을 이끌고 있는 주범은 미국입니다. 고용시장 강세와 경기 안정, 상승세인 물가 흐름 등이 시장금리 상승을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미국에는 크게 부담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너무 과도하게 시장금리가 상승한다면 회복세에 있는 미 경기를 저해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그가 주장해왔던 경제 관련 공약들이 집행 가능한 형태로 완화될 공산이 크므로 미국경제에 타격을 가할 정도로 금리가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 美 금리 올리려는 이유는
경기·고용시장 안정에 물가 상승
인프라 확대 등 트럼프 공약도
연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높여
☞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계부채 1,300조 넘긴 상황
이자 부담 증가 → 소비 위축
내수 침체 따른 저성장 불보듯
美와 정반대 행보 어렵겠지만
인상 때보다 리스크 크지 않아
통화·금융당국 안정 노력해야
대출자도 부채 최소화 바람직
고민스러운 것은 한국입니다. 미국과 달리 저성장·저물가가 이어지고 있는 한국경제가 금리상승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심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내년에도 2%대의 낮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2%대 성장률도 낮은 것이지만 이마저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내수 부문의 하방 위험이 무척 크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취약점 중 하나인 가계부채는 이미 1,30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가계부채로 인한 원리금 상환부담 때문에 소비여력이 크게 위축된 가계는 소득마저 크게 늘지 않고 있어 앞으로도 소비전망은 매우 불투명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상승하게 된다면 원리금 상환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가계는 빚을 갚기 위해 더더욱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금리상승은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자산손실이 발생하게 된다면 가계는 부채를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보유한 부동산의 매각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이는 자산가격 하락을 가속화하고 가계의 소비를 더욱 위축시켜 우리 경제를 불황에 빠뜨릴 위험마저 있습니다. 시장금리 상승은 한국경제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국내 환경은 앞으로도 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유지돼야 함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요인으로 국내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한국경제는 회복다운 회복을 경험하지 못한 채 소비를 비롯한 내수부문의 부진이 장기화·만성화하면서 저성장 국면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고 봐야 합니다. 특히 금리상승이 한계가구 및 한계기업 도산, 금융 안정성 저해 등을 야기하며 국내 경제의 시스템 리스크를 키운다면 한국은 IMF 외환위기 혹은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경제위기를 다시 맞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시장금리가 상승할 경우 통화당국은 금리안정을 위해 정책적 노력을 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금리안정을 위한 노력이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상 최저인 한국의 기준금리 수준(현재 1.25%)을 고려할 때 추가로 인하할 여력이 있느냐는 논란이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기준금리를 인상하려는 미국과는 정반대로 한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때 미국과 한국의 금리격차 확대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 이탈, 원·달러 환율상승 등과 같은 리스크도 함께 고려해야합니다. 그렇지만 금리를 안정시키지 못했을 때 한국경제가 져야 할 리스크는 금리안정의 대가로 져야 할 리스크보다 훨씬 클 것이어서 향후 통화·금융당국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질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낮았던 초저금리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정책당국의 시장금리 안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금리 수준은 지금껏 보아왔던 것보다는 높아질 공산이 큽니다. 향후 시장금리 상승과 함께 대출금리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기존 대출자는 부채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고 신규 대출자도 소득 수준을 고려해 대출금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다.
박형중 대신증권 마켓전략실장·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