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 이런 우울한 연말 처음이에요

임원인사 무기한 연기에

송년회·시상식·사장단 워크숍까지 실종

해체 앞둔 미전실은 한숨 커져

글로벌 전략회의만 진행 예정

‘이렇게 우울한 연말이 있었던가.’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있는 서울 서초사옥과 삼성전자 태평로사옥을 감도는 분위기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조사 청문회에 불려 나가고 그룹 수뇌부가 잇따라 검찰 조사를 받은데다 앞으로 특검 조사, 헌법재판소 심리도 예정돼 있어 직원들의 마음은 심란하기만 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연말이면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는 기분으로 들떠 있었는데 올해는 상황이 180도 변했다”며 “부서별·팀별 송년회를 하지 않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IM부문 직원은 “갤럭시노트7 발화와 단종 사태로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성과급을 기대할 수도 없는 처지”라며 “2017년 인사 때 물갈이 폭이 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올해 호실적을 기록한 가전(CE)과 반도체(DS) 부문도 표정이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그룹 수뇌부가 검찰 조사를 받고 청문회 증인으로 나서는 모습이 전 세계로 전파를 타며 브랜드 인지도와 기업 이미지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그나마 다른 계열사나 부서에 비해 성과급이 다소 많은 것이 위안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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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와 덕담으로 가득했던 연말 행사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사장단인사 시기를 정하지 못해 연말 그룹 행사도 일정에 차질을 빚은 것이다.

당장 매년 12월 초에 열리던 그룹 주요 행사 중 하나인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이 무기한 연기됐다. 12월 하순에 용인 인재개발원에서 개최하는 사장단 워크숍도 사실상 개최가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12월 첫째 주에 사장단과 임원인사·조직개편을 순차적으로 진행했는데 올해는 최순실 국정농단 검찰 수사와 특검 조사, 헌법재판소 심리 등으로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특검 진행상황을 봐가면서 내년 2~3월에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해체를 공언한 미래전략실 임직원들의 한숨은 더욱 깊다. 계열사로 재배치되는 과정에서 회사를 떠나거나 일선으로 물러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의 연말 행사 중 유일하게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오는 19~21일 수원디지털시티 등에서 개최될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 정도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DS·IM·CE 부문별로 하루씩 부문장과 사업부 임원, 해외법인장 등이 내년도 경영전략을 짠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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