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문화

[인터뷰①] 젊음의 행진’ 강정우, “한 번도 도전해보지 않았던 장르...뻔뻔해지는 법 배워가고 있죠”

강정우라는 배우의 이미지는 늘 ‘도전’이라는 단어와 함께 한다. 배우로서 활발한 활동을 시작한 2013년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흔히들 말하는 ‘싱크로율’ 높은 역할부터 ‘과연’이라고 머리에 물음표가 생기는 역할까지 폭 넓은 역할을 통해 관객을 만나왔다.

뮤지컬 배우 강정우가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뮤지컬 배우 강정우가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


‘젊음의 행진’ 역시 마찬가지다. ‘젊음의 행진’은 80-90년대를 대표하는 히트곡과 만화 ‘영심이’를 원작으로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신나는 무대로 전 연령대의 사랑을 받고 있는 뮤지컬이다. 쇼적인 요소가 다분한 주크박스 뮤지컬 ‘젊음의 행진’에 그가 출연한다고 했을 때 곳곳에서 다소 의외의 선택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과연 그의 어떤 모습이 ‘왕경태’라는 역의 적임자라고 판단하게 했을까.


강정우는 “경태는 순애보를 간직한 아이에서 16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의 삼십대 중반의 모습까지를 폭넓게 보여줘야 한다. 전작인 ‘난쟁이들’에서 연기했던 ‘빅’이라는 역할 역시 다른 역할보다는 스펙트럼이 넓다. 외형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어쩌면 이전에 했던 ‘빨래’ 솔롱고와도 공통점이 있는 인물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아름다운 여성을 봤어도 내 모습이 초라하면 말을 못 걸 수도 있지만 오히려 솔롱고는 자신 있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며 “티 없이 밝고 깨끗한 마음을 간직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거다. 이 작품에서도 영심이가 나를 좋아해주지 않지만, 이전에 경험했던 것들의 확장버전으로 경태의 순애보를 밝게 표현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강정우는 원작이 있는 작품을 참여할 때마다 되도록 원작을 참고하지 않으려 노력해왔다. 자칫 정해져 있는 틀에 그의 연기가 갇히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 반면에 ‘젊음의 행진’은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수많은 참고자료들이 축적되어 왔음은 물론, 만화라는 원작이 존재하는 작품이다. 너무도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잡혀있는 작품이기에 참고를 안 할 수는 없었을 터.

하지만 그는 중요한 포인트는 다른 곳에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원작 속 영심이와 경태의 결말에 대해서 기억을 못하더라”고 말한 강정우는 “이 작품에는 원작 외에도 16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의 성인이 된 두 사람의 모습이 등장한다. 단순히 인물들이 어떻게 됐다는 결과보다는 그 이야기들이 최대한 매끄럽게 이어지고 납득할 수 있도록 연기를 하는데 더 중점을 뒀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뮤지컬 배우 강정우가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뮤지컬 배우 강정우가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


사실 그동안 강정우가 해왔던 작품들과는 너무도 다른 성향의 작품이기에 공연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그에게는 어려운 것들이 많다. 특히 관객들과 직접적으로 호흡하며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장르를 도전하면서 스스로를 환기시키고 싶었다”고 전한 그는 “아직은 부족하다. 조금 더 뻔뻔해져야 한다”며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신나게 해줘야하는데 그 부분이 어렵지만 조금씩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익숙하게 불러온 가요가 작품의 넘버가 된 것도 힘든 요인 중에 하나였다. “사람들이 많이 아는 가요가 넘버가 되다보니 경계를 지키는 부분이 어려웠다”고 설명한 강정우는 “다른 작품에 비해서 노래 자체가 가진 힘이 있기 때문에 오로지 캐릭터 해석으로만 넘버를 가져가는데 무리가 있다”면서 “노래에 신경을 쓰다보면 감정선이 어려워지더라. 리듬과 멜로디가 모두 중요한 가요와 모든 가사가 다 대사가 되는 넘버와의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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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그는 팬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를 언급하며 이 작품을 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던 일화를 전했다. “어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이 공연을 보러 오셨는데, 끝나자마자 할머니가 10년은 젊어진 것 같다며 정말 즐거워하셨다고 하더라”고 설명한 그는 “처음에는 주크박스 뮤지컬을 선호하지 않았던 관객들에게도 제가 어떻게든 드라마를 잘 연결해서 좀 더 설득력을 높여보고 싶다는 목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고 전하면서도 “이제는 그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저희들이 하는 그 자체가 주는 에너지를 받으신 것만으로도 어르신들이 즐겁게 돌아가셨단 얘기를 들으니까 순간적으로 피곤도 잊을 만큼 심장이 뜨거워졌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 작품은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의 조각들을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보여준다. 여기에 주크박스 음악들이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세대를 폭 넓게 아우르기 때문에 이것을 당해낼 관객은 없을 것 같다”고 설명하며 “공중전화의 추억부터 시작해서 첫사랑, 졸업, 운동회까지, 저희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보여드리는 것들에 대해서 관객들은 많은 공감을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강정우의 말처럼 ‘젊음의 행진’의 가장 큰 힘은 공감이다. 더구나 이 작품은 지난 시즌 2000년대 음악까지로 세대를 확장시켜 젊은 관객들의 공감을 더욱 키웠다. 그렇다면 배우로서 가장 공감되는 장면은 어디였을까. 이에 대해 질문하자 강정우는 단연 졸업식 장면을 1순위로 꼽았다.

“저는 똑같은 경험을 해본 적은 없지만 졸업식 날 영심이한테 꽃을 주러가는 그 풍경과 느낌이 음악과 함께 다가오면서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연습실에서도 그 신만 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때도 많았다”

한편, 강정우는 자신과 함께 왕경태 역할로 출연하고 있는 한희준에 대해 언급하기도. “이 친구는 외국에서 살다 와서 그런지 저 같이 자기검열, 눈치 보기 같은 것을 하지 않는다”고 전한 강정우는 “(한)희준이가 ‘왜 여기서 이렇게 하는 거야?’, ‘우리 여기서 이렇게 하는 건 그렇지 않아?’라고 질문을 던질 때마다 그 질문이 굉장히 객관적이었다. 그런 부분이 굉장히 잘 맞았다”며 언급했다.

또 그는 “물론 아직 연기 경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연기적으로 도와줘야할 부분은 분명히 있지만, 희준이 자체가 부드러운 목소리와 차분한 말투가 경태와 참 잘 어울린다”며 “다들 처음에 긴장하다보면 잘할 것도 못하게 되는데, 희준이는 너무나 담대하게 잘했다. 그 모습이 정말 의젓해보였다”고 칭찬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이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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