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서울의 속살, 북촌]느림 그리고 비움…여보게, 좀 쉬었다 가세나

자박자박 걸을수록 골목길의 온기

스쳐 지나기만해도 아련한 향수에 잠기고…

북촌5경과 6경은 한 곳이다.  가회동 골목길인 이 곳은 골목위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과 아래에서 올려보는 풍경, 두 가지 경치를 포괄하고 있다.북촌5경과 6경은 한 곳이다. 가회동 골목길인 이 곳은 골목위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과 아래에서 올려보는 풍경, 두 가지 경치를 포괄하고 있다.


북촌은 가회동·계동·원서동·삼청동 일대를 아우르는 종로의 복판으로 권문세가의 터전이었다. 중·고등학교를 광화문에서 다닌 기자는 지척에 있는 북촌이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둘러볼 수 있는 옆 동네였기 때문이다. 무시로 지나다니긴 했지만 항상 곁에 있어 소중한 줄 몰랐던 이 동네에 관심을 가진 것은 서울을 떠나 신도시에 둥지를 튼 다음이었다. 마트가 있고, 호수공원이 있고, 고속화도로가 있고, 계획에 따라 뚫린 반듯한 도로가 있는 신도시는 쾌적했다. 하지만 옛날 동네 북촌 같은 온기가 없었다. 그래서 온 나라가 삭풍에 떨고 있는 며칠 전 북촌을 찾았다. 한옥 아궁이에 남아 있는 잔불의 온기라도 느껴볼 요량으로 그곳을 찾았고 기대보다 훨씬 푸근한 골목길에 안겨 아련한 향수를 만끽하고 돌아왔다.

북촌은 원래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를 이르는 지명이다. 지금의 남산에 해당하는 종로의 아랫동네 남산자락 아래는 남촌이라고 불리는 데 대한 대칭 개념이다. 하지만 대칭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것이 북촌에는 조선시대 왕족이나 권세를 누리던 사대부들이 살았고 남촌은 주로 몰락한 양반과 하급 관리들이 살던 곳으로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한적하던 동네, 한류에 관광객 발길

한복 곱게 차려입은 외국인 곳곳서 촬영



북촌의 정체성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모하고 있다. 요즘 들어서는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한옥마을을 북촌이라 부르는데 몇 년 전까지 한적하던 이 동네는 한류 바람과 우리 것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면서 사시사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자가 찾은 날도 북촌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처자들이 삼삼오오 몰려다녔다. 그들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말귀를 못 알아들었다. 다시 “어디서 왔느냐”고 영어로 물었더니 “인도네시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들의 옷매무새는 우리 처자들 못지않게 아름다워서 북촌의 풍경과 잘 어울렸다. 한복을 입은 처자들의 국적은 비단 인도네시아뿐이 아닌 듯했다. 중국인도 있었고 필리핀 사람도 있었다. 가끔씩은 한국 사람도 있었고 서양인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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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이 피면 온통 연분홍빛으로 뒤덮여 홍현(紅峴)이라 불리던 정독도서관 뒷길로부터 시작한 북촌탐방은 화원과 과수원을 관리하던 관청인 장원터로, 도교의 보존과 의식 집행을 위해 설치한 소격서 자리로, 복정우물로 이어졌다. 윤성기 해설사는 “복정우물은 궁중에서 떠다 마실 정도로 물맛이 좋아 우물을 관리하는 병사를 두고 지키게 했다”며 “하지만 대보름 때만큼은 평민들도 물을 떠다 먹도록 허락했다”고 말했다.

북촌은 어느 곳이나 구석구석 고적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지만 그중 으뜸으로 꼽는 곳은 창덕궁 전경이 보이는 북촌문화센터 앞의 언덕길이다. 이곳에서는 창덕궁 돌담 안쪽에 있는 궁궐들의 지붕과 처마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이곳은 북촌1경으로 꼽힌다. 북촌2경은 공방길이다. 공방길은 궁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어 납품하던 곳들이 있던 곳이다. 그중 원서동 공방길은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나 있어 이를 따라 걷다 보면 불교미술관과 연공방을 지나 궁중음식원으로 이어진다. 2경 구경을 마치고 가회동 11번지 일대로 접어들면 이곳 역시 다양한 공방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연을 만드는 공방에서 염색공방까지 수백개의 공방들이 체험활동을 곁들여 공예품 판매를 겸하고 있다. 북촌4경은 맹사성이 살던 곳이라고 해서 맹현(孟峴)이라 불린다. 가회동 31번지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곳에서는 수많은 기와지붕이 대지를 덮고 있는 풍경과 함께 북촌 꼭대기 이준구 가옥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맹현은 맹사성을 비롯한 온양 맹씨들 집성촌 있었던 곳으로 이제는 맹사성의 집터였음을 표시하는 표지석이 남아 과거를 반추하고 있다.

북촌5경과 6경은 한곳이다. 가회동 골목길인 이곳은 골목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과 아래에서 올려보는 풍경, 두 가지 경치를 포괄하고 있다. 이곳 역시 어깨를 마주 댄 한옥들이 저마다의 콘텐츠로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데 몇몇 집 대문에는 관광객들의 정숙을 요구하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창덕궁 전경 보이는 문화센터 앞 언덕길

돌담길 따라 수백개 공방들 체험도

윤성기 해설사는 “얼마 전까지는 사진촬영에 적합한 곳에 포토스폿 표지판을 도로에 설치해 놓았었다”며 “하지만 인근 주민들로부터 관광객들의 소음에 시달린다는 민원이 잇따라 구청에서 이를 철거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북촌7경인 가회동31번지는 전형적인 한옥 골목, 8경은 삼청동 돌계단길로 북촌을 찾는 이들이 내국인이건 외국인이건 가리지 않고 넉넉한 품으로 포근히 감싸주고 있다. /글·사진(북촌)=우현석객원기자

창덕궁 전경이 보이는 북촌문화센터 앞의 언덕길에서는 돌담 안쪽에 있는 궁궐들의 지붕과 처마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이 곳은 북촌1경으로 꼽힌다.창덕궁 전경이 보이는 북촌문화센터 앞의 언덕길에서는 돌담 안쪽에 있는 궁궐들의 지붕과 처마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이 곳은 북촌1경으로 꼽힌다.


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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