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소련 비밀경찰 'NKVD'를 버젓이 식당 이름으로…'스탈린 메뉴판'까지 등장

마크 페이진 인권 변호사 트위터 캡쳐마크 페이진 인권 변호사 트위터 캡쳐


모스크바의 한 식당에서 스탈린 치하 약 70만 명을 처형한 당시 비밀경찰의 명칭인 ‘NKVD’를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BBC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KVD는 대숙청이 절정에 달한 1930년대 후반 공산당 고위간부와 일반 주민 등 약 70만 명을 처형한 당시 비밀 정치경찰이다.


BBC에 따르면 식당 NKVD의 한 쪽 벽에는 스탈린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으며 메뉴판에도 스탈린이 프린트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난 13일(현지시간) 취재차 식당을 방문했을 때 초상화와 메뉴판은 치워져있었다.

논란은 12일(현지시간) 마크 페이진 러시아 인권 변호사가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식당이 모스크바의 중심에 있다”는 글과 함께 식당의 외관 사진을 올리면서 촉발됐다.

이에 사람들은 “비극적인 역사를 미화하고 있다”, “스탈린에게 희생된 피해자들에 대한 모욕이다” 등 항의 글을 남겼다.


분노한 한 시민은 식당 외벽에 걸려있던 간판을 떼어버렸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해당 식당 종업원은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겠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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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우리가 사용하는 NKVD는 ‘강대국의 음식(national cuisine of great power)’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면서 “쓰지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BBC는 러시아에서는 최근 몇십 년 동안 스탈린의 초상화가 거의 금기시 되어왔지만 푸틴 집권 이후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시민 단체 소속 레오니드 고즈만은 “만약 독일에서 ‘게슈타포(독일 비밀경찰)’라는 이름의 식당이 생겼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의 가족과 이웃들이 NKVD에 의해 희생당했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에는 식당이 자리 잡고 있는 자리에 거주했던 희생자들의 정보를 담은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알은 NKVD 문서 보관서에서 자료를 찾아내 당시 NKVD 요원들의 신상을 웹사이트에 공개한 바 있다. /최재서인턴기자 wotj721@sedaily.com

최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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