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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드러낸 문체부의 '정유라 승마협회' 감사

문체부 특정감사 결과 발표

대표선발전 심판정보 유출에 선발규정 임의개정

고교시절부터 훈련 등 불법적 특혜 제공도

정보 외부유출·실제 판정특혜 여부 등 못 밝혀

대한승마협회가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국가대표 선발과 훈련을 위해 규정을 위반하며 각종 비정상적인 지원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7일까지 시행한 대한승마협회 특정감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주요 의혹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는 못해 수사권 없는 감사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본지 7일자 29면 참조

승마협회는 정유라를 2014인천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협회는 2014년 6월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 심판 선정을 의결한 이사회에서 대회 공정성을 위해 보안을 유지하기로 결의했으나 심판 섭외 담당자와 심판이사는 보안각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결국 대표선발전 심판에 대한 정보는 업무와 관련이 없는 승마협회 직원에게도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가 2014년, 2015년 정유라의 국가대표 훈련보고서를 체육회 국가대표훈련관리지침을 준수하지 않고 제출기한 초과, 훈련장소·책임자 등 주요 내용 누락, 선수서명 불일치 등 부실하게 작성한 사실도 밝혀졌다. 청담고 재학 시절에도 승마협회의 불법적인 지원이 이뤄졌다. 2013년 3월31일 승마협회가 청담고로 발송한 국가대표선수 시간 할애 요청은 국가대표 합동훈련(2014년 3월24일∼6월30일)을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 해당 기간에는 국가대표 합동훈련이 없어 허위 발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협회 김모 전무는 ‘백지 봉사활동 확인서’를 발급하도록 담당자에게 지시했고 정유라는 5건, 40시간의 봉사활동 실적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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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협회가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임의로 개정한 사실도 적발됐다. 협회는 2015년 8월7일 ‘선발전 3회 실시한 성적으로 선발하는 방식’에서 ‘세계선수권대회 참가 자격을 획득한 경우 선발전을 개최하지 않는 것’으로 개정했다. 이는 직전 개정일(2015년 2월24일) 이후 1년 이상 지나야 규정을 개정할 수 있으며 1년 이내에 재개정하려면 체육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협회는 또 2014년 전국체육대회 승마경기장도 정유라를 위해 변경했다. 경기장 변경은 당시 조직위원회인 제주도가 대회 개최 4개월 전까지 체육회 승인을 받아 추진해야 했지만 승마협회는 제주도의 동의 없이 개최지 변경을 요청했다. 체육회는 전국체전 8일 전에 이를 승인, 전국체전 규정을 위반했다.

삼성이 후원하는 ‘대한승마협회 중장기로드맵’은 1단계 최대 505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대형 사업이지만 타당성 검토 없이 협회 임원이 자의적으로 추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업은 2015년 6월 승마협회 김모 전무가 지시했고 박모 전 전무가 건넨 초안을 토대로 한국마사회 승마진흥원 보고서를 받아 보완했다. 삼성은 국가대표 해외 전지훈련에 파견할 선수와 준비단장 등을 추천해달라고 협회에 요청했고 협회가 추천한 마장마술 선수 10여 명 명단에는 정유라가 포함돼 있다.

문체부는 이번 특정 감사 결과에 따라 관련 규정 위반, 허위문서 발급 등을 한 관련자에 대해 징계를 추진하기로 하고 특정 감사 결과 자료는 특검에 제출해 특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특정 감사는 지금껏 불거진 사안에 대한 확인에 그쳤을 뿐 핵심 의혹은 밝히지 못해 반쪽 감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 승마 국가대표 선발전 심판 정보를 입수한 승마협회 직원이 외부로 유출했는지, 실제 선발전 판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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