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글로벌 통상폭격에 손발 묶인 한국기업]반덤핑관세·공급중단 일방 통보...탄핵정국에 정부 대응도 한계

각국 보호무역 속 무역장벽 강화 잇따라

가전서 화학·철강 등 반덤핑관세 '몸살'

올들어 132건...작년말보다 25%나 늘어



한국 기업에 대한 해외 기업과 정부의 융단폭격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기업의 일방적인 공급중단 선언, 반덤핑 관세와 같은 무역장벽 등으로 한국 기업의 손발이 묶이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면서 정상회담을 통한 무역장벽 제거가 힘들어졌고 관련 부처들도 통상장벽 마찰을 해결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그야말로 고립무원에 처한 상태에서 해외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이 파상공세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훙하이그룹이 올해 인수한 일본 전자업체 샤프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겨냥해 내년부터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샤프 브랜드를 활용해 TV 시장을 공략하고 한국 TV 제조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풀이된다.

샤프는 연간 삼성전자 TV사업 부문 전체 수요의 약 10%인 400만~500만대의 TV 패널을 공급해왔다. 샤프 생산량 중 삼성 조달물량이 절반에 해당한다.

타사에 패널을 공급하기보다는 훙하이그룹은 일본 샤프 브랜드를 활용해 본격적으로 TV 제조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궈타이밍 훙하이그룹 회장은 그간 “샤프와 협력해 삼성을 꺾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해운업계에도 구조조정의 허점을 노린 글로벌 선사들이 우리나라 선사들을 상대로 하는 ‘손발 묶기’가 목격되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머스크·MSC)과 협력 관계를 맺은 현대상선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상선은 2M과 선박 교환 및 매입을 내용으로 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했는데 여기에는 2M에 선대 확대를 통보하지 않고는 외형을 넓힐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대상선의 주력 노선인 미주·아시아 노선에서도 글로벌 1·2위 선사이자 현대상선보다 덩치가 10배가량 큰 머스크와 MSC에 선복 확대 계획을 알려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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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무역장벽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중국에서 생산한 삼성·LG전자의 세탁기에 대해 각각 52.15%, 32.1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 판정은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과 LG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중국산 세탁기를 미국 시장에서 낮은 가격에 덤핑 판매했다며 미국 정부에 진정을 낸 데 따른 것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면서 앞으로 이 같은 행보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을 토대로 하면 미국이 향후 중국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수입규제 조치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같은 조치는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만큼 정책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열린 ‘수입규제 대응사례 및 정보교류회’에서도 박원 삼정KPMG 이사는 “미국 상무부는 한국 철강업체들에 점점 무역규제를 까다롭게 적용하고 규제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고 있다”며 “상무부를 상대한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60분 동안 보던 시험을 이제 10분 만에 풀라고 던져주는 분위기’라는 말도 많다”고 전하기도 했다.

화학업계는 중국과 인도의 반덤핑 조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중국은 태양광발전의 원료가 되는 한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해서만 반덤핑 관세율을 재조사하기로 했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집전판의 원재료가 되는 물질로 ‘태양광 업계의 쌀’로 불리는 소재다. 한화케미칼·OCI·한국실리콘이 조사 대상 기업이다. 여기에 인도까지 한국산 화학제품인 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TDI)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TDI는 폴리우레탄의 원료로 건축단열재, 자동차 시트, 고무접착제, 섬유처리제, 인조가죽, 페인트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KOTRA 첸나이무역관은 “최근 TDI 관련 우리나라 기업의 실적이 상승세를 타고 있고 인도 수요도 확대되는 추세”라며 “하지만 반덤핑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 업체의 TDI 수출 실적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산 철강 강관에 대해서도 태국이 최고 53.88%의 반덤핑 관세를 매기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태국 무역협상국은 한국과 중국의 ‘강관 및 튜브’에 대해 반덤핑 잠정 관세를 부과하기로 예비 판정했다. 이번 조치로 한국산 품목에는 17.22~53.88%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돼 세아제강이 17.22%를, 현대제철은 32.62%의 관세를 부과받았다. KOTRA는 “태국은 메가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철강 소비가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산의 대량 유입을 경계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앞으로 철강 부문 수입규제 조치 또한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한국에 대한 반덤핑 규제 건수가 25%가량 늘어나는 등 각국의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진 상태다. 최근 무역협회의 ‘대(對)한국 수입규제 월간동향’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를 상대로 진행되고 있는 반덤핑 관세 규제(조사 중인 건수 포함) 건수는 지난달 말 기준 132건으로 지난해 말의 106건보다 24.5%(26건) 증가했다. 반덤핑에 상계관세까지 함께 부과한 ‘반덤핑·상계관세’ 규제는 같은 기간 8건에서 7건으로 줄었고 세이프가드 수도 61건에서 43건으로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진 상승세다. /한재영·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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