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신약개발과 도약의 전기 마련을 위해 올 한 해 외부 투자를 더욱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 인력 기반의 연구개발(R&D)에 집중하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외부의 유망 기술을 수혈해 신약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벤처-제약사’ 간 제휴나 협력이 갈수록 활발해지는 등 바이오 업계에 선순환 공동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긍정적으로 신호로 해석된다.
14일 벤처캐피털(VC) 업체인 인터베스트가 R&D 투자액 상위 20개 제약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개별기준으로 제약사 매출 1위를 기록한 유한양행은 올해 352억원의 외부 투자를 단행했다. 올 들어 미국 바이오벤처인 소렌토와 합작투자사인 ‘이뮨온시아’를 119억원을 들여 설립했으며 파멥신·제네스코 등에 대해서도 투자를 이어나갔다. 유한양행은 최근 6년간 1,469억원을 바이오 벤처 등에 투자하며 업계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유한양행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은 6.5%에 불과하지만 업계 최고인 1조3,614억원의 이익 잉여금을 바탕으로 비교적 약하다고 평가받는 자체개발 역량을 보완하는 모습이다. R&D 투자 비중이 5.3%에 불과한 한독 또한 올 들어 엔비포스텍 등에 123억원을 투자하는 등 유한양행과 비슷한 전략을 택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경우 모회사인 한미사이언스가 올 들어 의약품 관리 자동화 업체인 JVM을 1,291억원을 들여 인수하고 토모큐브에 10억원을 투자하는 등 기존 강점인 자체 R&D 투자 외에 외부 투자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일동제약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주목을 받았던 녹십자는 최근 6년간 바이오리더스 등에 177억원을 투자하는 등 외부 투자에 끊임없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녹십자가 상아제약·경남제약 등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워온 것에 비춰볼 때 중소규모 제약사 인수에 또다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체 R&D 역량 강화에만 집중하며 외부 업체와 제휴에는 소극적이던 업체들도 올 들어 외부투자에 나서며 이 같은 흐름을 이어나가는 모습이다. LG생명과학은 올 들어 바이오솔루션에 14억원을 투자했으며 보령제약 또한 바이젠셀에 15억원을 투자했다. 임정희 인터베스트 전무는 “제약사들이 신약개발 후보물질 개발을 위해 바이오벤처의 파이프라인에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제약업계의 외부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