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원내대표에 친박 정우택]김무성 "오히려 홀가분" 탈당임박 시사...유승민 "고민해보겠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배하면서 다시 한 번 열세를 확인했다. 이에 따라 끝까지 당에 남아 개혁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이른바 ‘당 잔류파(유승민 의원 등)’의 목소리는 급속히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에 남아 있어 봤자 비박계 주도의 당 개혁이 요원한 상황이라면 당 잔류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비박계 핵심인 김무성 전 대표는 16일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으로 만나 경선 결과에 대해 “오히려 홀가분해졌다”며 당장이라도 탈당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전 대표는 여의도 한 식당에서 나경원·김학용·강석호·주호영·이종구·이혜훈·홍일표·이군현·박성중 의원 등 비박계 의원 10여명과 오찬회동을 가진 직후 “오늘은 말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탈당 시기를 고민하느냐’는 질문에 “고민은 무슨 고민, 오히려 홀가분해졌다”고 밝혔다.

최근 “탈당과 신당 창당을 고민 중”이라고 밝힌 김 전 대표는 자신이 밀었던 나경원 의원이 경선에서 패배하고 친박계가 원내지도부까지 장악하는 상황이 되자 더 이상 당에 남아 고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경선에 나섰다가 박빙인 7표차로 패배한 나경원 의원 역시 패배 시 탈당 가능성을 시사해온 만큼 비박계의 탈당 논의가 힘을 받을 공산이 커졌다. 김 전 대표와는 달리 당 잔류를 주장해온 유승민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고민해보겠다”며 탈당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비박계가 원내 교두보 확보에 실패한 마당에 계속해서 당에 잔류하며 개혁을 주도하자는 명분이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기세를 올렸던 비박계의 당내 입지는 이날 패배로 인해 다시 축소될 수밖에 없고 당내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기도 어렵게 된 만큼 당 밖으로 뛰쳐나가 ‘새 집’을 지으려는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비박계가 대거 탈당할 경우 친박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탈당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단속에 나설 경우 의외로 비박의 탈당이 최소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박계의 퇴진 압박에 시달려온 이정현 대표는 이날 친박계인 정우택 원내대표 당선 직후 친박 지도부의 일괄 사퇴를 전격 선언하는 등 2선으로 물러났다. 이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오늘 저는 당 대표직을 사퇴한다”면서 “조원진·이장우·최연혜·유창수·박완수 최고위원도 함께 사퇴한다”고 밝혔다. 당초 이 대표와 최고위원단은 오는 21일 총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날 오전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 후보인 정우택 의원이 당선되자 일정을 앞당겨 즉각 사퇴를 선언했다.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가 새 비대위 구성과 관련, “중도그룹과 비주류 추천 인물이 비대위원장에 선출되도록 하겠다”며 ‘비주류 비대위원장’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비박계의 집단 탈당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가 됐다. 여기에 새누리당 사무처 직원들이 이날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찾아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선돼야 한다”며 “마지막까지 당에 남아 지켜달라”고 호소한 것도 집단 탈당을 늦추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대위원장을 비박계에 양보한다면 탈당을 준비하는 비박계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유승민 의원을 포함해 혁신성향이 짙은 비박계 의원을 비대위원장에 앉히면 비박계의 탈당 규모는 최소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정현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일괄 사퇴하면서 당헌당규에 따라 정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이에 따라 정 대표 권한대행이 비대위 구성을 위한 전국위원회 소집 등을 주도하게 될 전망이다. 최근 ‘친박 충원’ 논란이 벌어졌던 당 윤리위원회 문제에 대해서도 정 대표 권한대행이 결정하게 될 전망이어서 결과에 따라 비박계의 탈당 동력이 살아날 지, 꺼지게 될 지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김홍길·나윤석 기자 wha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