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AI 재앙에도 작동 안하는 컨트롤타워

국내 전역 확산·계란대란 등 최악 상황인데

"전문성 없다" 범정부차원 '중대본' 구성 안해

농식품부, 권한있지만 타부처 지휘 등 대응 한계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제주를 제외한 국내 전 지역으로 확산돼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이른바 ‘계란대란’까지 빚어지고 있음에도 정부가 이번 사태를 총괄할 범부처 합동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지 않기로 해 여전히 허술한 대응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가축질병방역대책본부를 운영하지만 다른 정부 부처를 지휘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일사불란한 대응이 부족한 상태다.

19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전국에서 AI가 확산되며 살처분된 조류가 1,900만마리를 넘어섰지만 범정부 차원에서 ‘컨트롤타워’인 중대본을 구성할 계획은 여전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초기 대응에 실패한 사이 현재 전염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기존 H5N6형 AI 외에 다른 형태(H5N8)의 AI까지 검출된 상황이다. 지금도 확산속도가 누그러들지 않는데 한 종류의 AI가 더 맹위를 떨치면 살처분되는 조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6일자로 AI는 위기경보 단계(관심-주의-경계-심각) 가운데 가장 긴박한 ‘심각’까지 격상됐다.

문제는 최악의 사태에 다다랐지만 청와대와 직보 라인을 갖춘 중대본 구성 계획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의 ‘조류인플루엔자 긴급 행동지침’에는 가축전염병 등을 포함한 사회적 재난의 최종 컨트롤타워는 자연재해와 마찬가지로 국민안전처 장관이 주관하는 중대본으로 돼 있다. 또 중대본이 구성되면 농식품부가 운영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와 가축질병방역대책본부에서 대응상황을 보고받은 뒤 환경부와 경찰청 등 12개 유관기관을 지휘하게 돼 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대규모 재난의 경우 중대본이 구성돼야 하지만 농식품부가 가축전염병에 전문성이 있다고 판단해 맡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신 안전처는 차관이 본부장인 AI대책지원본부를 구성해 농식품부를 지원하고 있다.


물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중대본이 구성되지 않을 경우 중앙수습본부를 운영하는 농식품부가 다른 정부기관을 지휘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직속으로 사태를 전하는 일 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부는 상황실과 방역관리과가 각각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에 메일 형태로 AI 대응상황을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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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막힌 사실은 앞으로 최악 상황인 심각 단계가 또 터져도 곧바로 중대본을 구성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위기관리 종합체계와 위기경보 단계별 정부 부처 조치 사항이 따로 놀기 때문이다. 중대본은 위기 단계 가운데 최상위 바로 아래인 ‘경계’ 단계에 가서야 ‘운영지침(안)’을 마련하게 돼 있다. 또 심각 단계에 가도 상황판단회의 등을 통해 운영 여부를 검토한 뒤 ‘필요시’ 중대본을 설치·운영하도록 적시돼 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재난별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위기대응 체계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에는 재난을 크게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나누고 모든 재난관리의 컨트롤타워를 안전처 중대본으로 적시해놓았다. 지진·태풍 등 순식간에 피해를 발생시키는 자연재난과 감염-전파-확산 등의 경로를 거쳐 피해가 확산되는 감염병, 가축전염병의 정부 대응체계가 같다는 의미다.

정부는 사태가 이 지경이 돼서야 각 재난의 특성을 고려해 대응체계를 다시 짜겠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거의 매년 AI가 터질 때마다 우왕좌왕하고 확산을 막지 못하면서 대응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재난별 특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대응체계를 손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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