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또 하나의 '잃어버린 9년'

■권구찬 증권부장

글로벌 금융위기 초래 원죄론 벗고

트럼프의 미국, 슈퍼 파워 부활예고

미· 유럽 쇠퇴기 퀀텀점프 기회 놓친 한국

빚으로 세운 부실성장탑 유산 남겨

권구찬 증권부장권구찬 증권부장


미국이 기운을 차린 모양이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예상대로 금리를 0.25% 인상했다. 재닛 옐런 연준의장은 “이번 결정은 경제 진전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년 전 제로금리에 종지부를 찍고 기준금리를 첫 인상할 때의 신중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앞서 미국은 내년 1월20일부터 4년을 이끌 새 지도자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선택했다.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슬로건으로 내건 트럼프 후보는 이단아 논란을 보란 듯이 잠재웠다.

미국 통화정책의 긴축과 트럼프 시대의 개막은 시기적으로 겹치면서 묘하게 오버랩된다. 언뜻 다르게 보이지만 두 팩트에 흐르는 키워드는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 미국의 부활이다.

세계 경제대통령 옐런 의장의 설명처럼 금리 인상은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인 동시에 8년 전 미국 월스트리트가 초래한 금융위기 종식 선언으로 평가된다.


8년 전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을 배출한 미국이 이제 정치권의 비주류 인물을 지도자로 선택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재건과 부흥을 앞세운 이단아의 등장은 미국 주류사회가 추구한 전통적 리더십의 실패를 의미하고 미국의 행동이 앞으로 다른 형태로 표출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의 경찰국가가 지닌 선관의 의무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대외정책의 준칙이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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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은 세계 무대에서 수세에 몰렸다. 금융위기를 초래한 원죄론은 주요2개국(G2)으로 대변되는 중국의 부상을 용인해왔다. 그러나 트럼프시대 미국은 세계 경제에 진 빚이 없다. 공세의 조짐은 이미 뚜렷하다. 트럼프는 외교적 금리를 깨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직접 통화해 ‘하나의 중국’을 외쳐온 중국 당국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정치적 고립주의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과연 그렇게 할지 의문스럽다. 과거 행적에 비춰보면 트럼프의 머릿속에는 ‘파워=성공=절대선’이라는 등식이 자리 잡은 인물이다. 초대 내각 면면을 보면 이런 심증에 설득력을 높인다. 외교안보 라인의 강경 매파 기용과 골드만삭스 출신의 경제 라인 구축은 한 수레의 두 바퀴나 다름없다. 수레가 지향하는 곳은 명약관화하다. 바로 미국 부흥의 길이다.

우리는 어떤가. 정치 리더십은 붕괴 직전이고 경제는 짙은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통일 대박은 쪽박 신세고 공직자가 영혼이 없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시중금리가 우상향해도 기준금리는 아직도 정상화하지 못한 채 미국의 금리 인상 압박에 쫓기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8년은 미국과 유럽의 쇠퇴기였다. 이때만큼 퀀텀점프할 기회가 또 있었을까 싶다만 우리는 금융·재정위기의 수렁에 빠진 미국·유럽의 빈자리를 파고들지 못한 채 주변국 신세를 전전했다.

흔히 2대에 걸친 좌파 정부 집권기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한다. 주로 우파가 그렇게 평가 절하하지만 누구를 탓할 게 못 된다. 우파보수정부에 똑같이 적용되니 하는 말이다. 잃어버린 9년 동안 남은 유산은 부채 위주 성장이 초래한 후유증이다. 금융위기 극복의 1등 공신인 재정 능력은 갈수록 취약해 올해로 9년째 재정 적자를 후대에 남겼다. 올해까지 210조원에 이른다. 1,300조원 가계부채는 미국발 금리상승이 결합해 10년 주기 위기설로 진화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해마다 연말이면 내년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나온 지 벌써 몇 년째인가. 세계 경제 성장률을 밑돈 지 올해로 6년째다. 밀물 때는 몰랐지만 썰물이 빠져나가면 누가 벌거벗었는지 안다고 했다. 내년에는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야 할 것 같다. /chans@sedaily.com

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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