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발길질하면 발길질을 받고 주먹질하면 주먹질을 받을 각오가 돼 있습니다.”
친박계 후보로 나서 지도부 입성에 성공한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분당의 갈림길이라는 초유의 당내 현안에 직면해 있지만 이에 못지 않게 야당과의 관계 설정도 신경 쓰이는 눈치였다. 원내대표 경선 이전부터 야당은 “친박 후보가 당선될 경우 대화 채널을 가동할 수 없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기자간담회가 끝나자마자 당 대변인과 보좌진 등으로부터 야당 지도부 예방 일정에 대한 추진 상황을 보고 받았다.
보좌진은 정 원내대표에게 “정세균 국회의장실로부터 오전 10시에 만남이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다”면서도 “야3당은 만남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정 원내대표는 10여 분 간 정 의장과 환담을 나눈 후 가장 먼저 정의당을 찾았지만 사무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회의 중이던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잠시 나와 “오늘은 상황이 좀 그래서 면담하기 곤란하다. 상황이 바뀌면 얘기하자”는 언질만 줄 뿐이었다.
이어 정 원내대표는 국민의당·더불어민주당으로 발길을 돌렸지만 당 지도부와의 대면은커녕 문전박대만 당하고 말았다.
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참을성 있게 견디겠다. 우리 새누리당은 국민이 용서해줄 때까지 빌어야 한다”면서 “저의 참는 모습이 오히려 야당 분들한테 더 좋은 이미지로 갈 수 있고 국민이 볼 때도 합당하게 봐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연락도 없이 왔다간 건 문전박대가 아니라 무단침입 시도다. 그런 쇼를 하면 안 된다”며 “첫 인사치고 무례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에피소드를 놓고 한 여권 관계자는 “친박 지도부가 앞으로 해쳐 가야 할 험난한 대야(對野)협상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 단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