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월가에서 족집게 예측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전문가다. 연준에서 거시 분야 이코노미스트로 5년 동안 근무한 그는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결정 직후 월가에서 가장 먼저 연준의 올해 금리 인상 횟수를 한 차례로 줄이고 그 시기도 9월에서 12월로 늦출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해 주목받았다.
18일(현지시간)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14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보다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불확실성이 글로벌 경제에 더 중요한 변수라고 강조했다.
페롤리 수석 이코미스트는 14일 단행된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해 “잘 알듯이 충분히 예상됐다”면서 “금리 인상을 더 늦추게 되면 경기가 과열될 위험이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준이 내년 금리 인상 전망 횟수를 3차례로 제시한 것에 대해 “예측보다 매파적으로 나온 것은 사실”이라며 그 이유를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실업률’에서 찾았다. 연준이 완전고용으로 보는 실업률이 4.8%인데 11월 미국 실업률은 4.6%까지 떨어지며 연준을 적잖이 긴장시켰다는 얘기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달러 강세가 힘을 얻으면 수출 증대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으로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짐이 되고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다만 정작 연준 위원들의 전망대로 내년에 3차례 금리 인상을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금리 인상은 2차례에 그칠 것”이라며 “내년 첫 인상 시점도 6월”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그는 “이번 금리 인상 등 최근 금융시장에 대한 긴축 조치들로 인해 연준이 내년에 물가목표(2%)를 달성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연준은 금리 인상이 시장에 주는 영향을 면밀히 살피길 원하고 있고 그 효과를 확인하려면 상반기까지는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의 긴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유로존과 일본의 경제는 미국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이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에 당장 긴축을 촉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미국과 글로벌 경제에 더 큰 리스크로 트럼프 당선인이 가져올 불확실성을 꼽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정책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며 “무엇보다 그가 취임 후 트레이드마크인 보호무역주의와 인프라 투자 확대 중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정책을 실행할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노믹스의 양대 축이 보호무역주의와 재정확대(인프라 투자+감세)인데 두 정책의 파급력은 상반된 측면이 크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전자에 우선순위를 둔다면 한국이나 신흥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후자에 먼저 힘을 싣는다면 오히려 긍정적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미국과 세계 경제 향방을 좌우할 공은 재닛 옐런 연준 의장에서 트럼프 당선인으로 넘어간 셈이다.
하지만 미국 최대 상업은행이자 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를 대표하는 페롤리 수석도 트럼프 당선인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예측을 쉽사리 내놓지 못했다. 그는 금리 인상이 일찌감치 예견되며 증시 등에 미친 영향이 ‘중립적’이었던 반면 향후 트럼프 정부의 재정정책과 금융감독 완화 이슈들은 증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20일 취임식 후 중국·멕시코 등에 고율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을 앞세우느냐 아니면 에너지 등 인프라 투자 확대에 우선순위를 두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와 증시가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롤리 수석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은 분명한 악재인 데 비해 인프라 투자 확대는 경제에 도움이 되고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면서 “한국과 신흥국에 영향이 크다는 점 때문에 미국 신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