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화폐개혁 빛과 그늘



북한은 2009년 11월30일 구권 100원을 신권 1원으로 교환하는 ‘깜짝’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경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암시장을 폐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역효과만 초래했다. 물가는 10배나 뛰었고 교환하지 못한 돈을 강물에 내다 버리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당계획 재정부장이었던 백남기와 북한의 2인자였던 장성택이 처형당한 이유다.


소련 붕괴도 화폐개혁 실패가 일조했다. 1991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루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화폐개혁을 통해 고액권 회수에 나섰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억제에는 실패하고 국민의 신뢰만 잃었다. 여기에 정쟁까지 휘몰아치면서 그해 크리스마스 날, 고르바초프는 소련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 소련 체제의 붕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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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개혁은 양날의 칼이다. 자칫하면 기대한 효과보다 부작용을 낳기 일쑤다. 최근 화폐개혁을 단행한 베네수엘라도 마찬가지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돈의 가치를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지폐를 세지 않고 무게를 달아 계산할 정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달 15일부터 500·1,000·2,000·5,000·1만·2만볼리바르 등 6종의 지폐를 새로 유통하고 현행 최고액권인 100볼리바르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가 오히려 화를 불렀다. 신권을 제때 준비하지 못한 탓이다. 결국 국민들의 반정부 시위와 약탈로 이어져 베네수엘라 정부는 17일 부랴부랴 구권 유통 중단을 일시 유예했다.

그나마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인도의 화폐개혁도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검은돈을 근절하기 위해 지난달 8일 기존 고액권인 500루피·1,000루피의 통용을 중지시키는 개혁을 단행했지만 서민들은 현금부족을 하소연한다. 화폐개혁 후 경제난으로 숨진 사람이 모두 55명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지하에 숨겨진 현금을 들춰내려면 화폐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먼저 서민 피해 등 부작용도 고민해봤으면 싶다. /이용택 논설위원

이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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