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CRISPR) Cpf1 유전자 가위의 실험 효율을 기존보다 30~100배 높여줄 수 있는 검증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김형범(사진) 연세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정확한 위치에 작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가이드RNA를 선정할 때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을 이용, 한 번에 1만개 이상의 가이드RNA를 검증하는 방법을 고안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전까지는 가이드RNA를 일일이 제작해 실험적으로 선정했기에 비용과 인력 측면에서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의 개발로 이전보다 효율적인 유전자 가위의 생산 및 검증이 이뤄져 유전자 가위 산업화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크리스퍼 Cpf1 유전자 가위는 특정 염기서열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가이드RNA와 특정 염기서열을 자르는 가위 역할인 단백질(Cpf1)이 결합해 유전자의 이중 나선 가닥을 자르게 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유전체 교정 성공을 위해서는 정확하고 효율이 높은 가이드RNA의 선정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어떤 가이드RNA가 가장 효율이 높은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실험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노동집약적인 단계를 거쳐야 했다. 인간 전체 염기서열에서 제작할 수 있는 가이드RNA가 수천 만에 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적의 가이드RNA를 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김 교수 연구팀의 이번 논문은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Cpf1 유전자 가위의 가이드RNA와 각 가이드RNA가 작용하는 표적 염기서열이 서로 짝을 이루도록 해 라이브러리를 제작했다. 그 이후 제작된 라이브러리를 인간배양세포에 전달, 표적 염기서열의 변화 정도를 유전체의 고속 분석 방법인 NGS를 통해 확인함으로써 약 1만1,000개의 가이드 RNA의 교정 효율 및 정확성을 한 번에 측정하게끔 했다. 이러한 방법은 기존 가이드RNA의 효율 측정에 비해 비용 및 노동력 측면에서 30~100배의 절감 효과를 보였다.
김 교수팀은 “이번 기술 개발로 유전자가위 제작 및 검증의 산업화를 이루는 단초가 마련됐다”며 “유전체 교정연구 속도를 성공적으로 높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향후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하는 신약 파트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은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권위 있는 학술지 네이처 메소드 온라인판 19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