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0), 정유라(20) 모녀가 독일에 체류하면서 삼성전자 측에서 지원받은 돈으로 생필품은 물론 커피, 아이스크림, 심지어 기르던 강아지의 배변판까지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일 이를 입증할 자료를 입수해 분석 작업을 마쳤고 삼성 관계자들을 상대로 최씨 모녀에게 돈을 지급한 경위를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측은 이에 대해 “승마 선수 육성 명목 등으로 돈을 지급한 것이지 강아지 배변판 등의 용도로 사용하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특검팀이 확보한 자료는 최씨 모녀가 독일에 머문 지난해 6월 23일부터 9월 21일까지 사용한 ‘생활비 지출 내역서’와 ‘입출금 및 영수증 관리’ 목록이다.
당시 독일에 최씨 모녀와 함께 했던 A씨는 “최씨는 지난해 5월부터 독일에서 쓴 생활비 전액을 훗날 코어스포츠에 입금된 삼성전자의 지원금에서 인출해갔다”고 밝혔다.
코어스포츠는 최씨 모녀의 독일 현지 개인회사인 비덱스포츠의 전신으로 지난해 8월에 설립됐다. 코어스포츠는 삼성전자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정유라 씨의 승마 훈련 등에 필요한 경비를 청구서에 적어 제출하는 방법으로 돈을 지원받았다.
최씨 모녀의 생활비 지출 내역서에는 커피, 아이스크림은 물론 애완견용 패드(배변판)·펜스(울타리)·아기목욕통도 포함돼 있다.
A씨는 “지난해 연말 삼성전자에 첫 경비 청구서를 보냈다. 지난해 5월부터 자신들이 사용한 모든 비용을 합산해 81만 유로(한화 10억여원)를 청구했는데 삼성 측에서 비용에 대한 질문을 한 번도 하지 않고 모두 지급해 놀랐다”고 말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코어스포츠에 승마협회 훈련비 명목으로 80여억원을 보낸 사실이 밝혀졌다. 이어 최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전자가 코어스포츠와 맺은 220억원대 컨설팅 계약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측은 “정씨 한 명이 아니라 승마 선수 6명을 지원하기 위한 계약”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특검팀은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을 조사한 데 이어 20일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을 조사했다.
특검팀은 삼성이 최씨 모녀에게 지원한 이유가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지지하게 하는 대가였을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21일 삼성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세영인턴기자 sylee23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