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터넷 최저가’보다 싼 비결은 ‘탈세’…PC기기 업자 구속

바지사장 앞세워 730억원어치 팔고 66억원 탈세

수사 회피용 ‘무인 사무실’ 차려 PC로 원격 제어

컴퓨터 관련 기기를 인터넷 최저가보다 싸게 팔면서 바지사장을 앉혀 놓고 세금 수십억원을 내지 않은 업체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 무인 사무실에 컴퓨터를 놓고 ‘원격 제어 프로그램’으로 비밀 공간에서 장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주범 문모(33)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명의대여자 박모(44)씨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문씨 등은 2014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오픈마켓에 인터넷 쇼핑몰을 열고 730억원 상당의 노트북·CPU·메모리 등을 10만여건 판매하면서 부가가치세 66억원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문씨 등은 사실상 물건을 손해 보고 팔면서 탈세로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생활보호대상자, 신용불량자, 저소득자 등에게 2,000만∼3,000만원을 주고 명의를 빌려 오픈마켓에 쇼핑몰을 열었다. 이러한 ‘바지사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자신들은 뒤로 빠져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했다.


이들은 오픈마켓에 등록하려면 필요한 실제 사무실을 무인으로 운영하면서 수사기관의 추적도 함께 피하려 했다. 서울 강남 일대에 10㎡ 정도인 소규모 사무실을 바지사장 명의로 임대, 컴퓨터 3∼4대를 설치하고 24시간 가동하며 쇼핑몰을 운영했다. 이 무인 사무실의 운영은 인터넷을 통해 다른 장소의 컴퓨터를 조종할 수 있는 원격 제어 프로그램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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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제어로 상품을 올리고 주문을 받으면, 실제 물건의 포장과 배송은 ‘본진’인 서울 마포구의 비밀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이들은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를 매일 확인하면서 경쟁 업체의 최저가보다 10원이라도 더 싼 가격을 제시했다. 폭발적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짧은 시간에 대량으로 판매했다. 세금을 내지 않기에 가능한 판매 방법이었다.

아울러 일정 시간이 지나면 쇼핑몰을 폐업하고 다른 명의를 빌려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쇼핑몰을 개설하는 ‘치고 빠지기’ 전략을 썼다. 이들은 적발될 때까지 총 쇼핑몰 9개를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관할 세무서에 부가가치세를 신고해 바지사장에게 세금이 부과되기는 했지만, 세금을 낼 능력도 없고 압류할 재산도 없는 상태였다.

주범 문씨는 과거 서울 용산 전자상가에서 조세포탈을 하던 업체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이러한 범행을 주도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금융정보분석원의 의뢰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등록된 사무실이 아닌 마포구 사무실에서 하루 200∼300개 택배가 나간다는 점을 수상히 여겨 압수수색해 전모를 밝혀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산정이 안 된 소득세까지 합하면 탈세 규모는 12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문씨는 절대로 바지사장과 직접 만나지 않는 등 꼬리를 잡히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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