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출간되는 베스트셀러 트렌트코리아를 읽어보면서 트렌드의 변화를 살펴보고 이를 금융시장에 대응해 고민해 보곤 한다. 이 가운데 수요자중심의 시장은 매우 공감이 되는 내용이다. 기존의 공급자와 유통자 중심에서 공유경제와 같은 소비자가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인데 금융시장에서도 유사한 흐름을 찾을 수 있다.
공급자의 선택으로 펀드가 만들어지는 공모펀드는 지속적으로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반면 금융소비자의 기대수익률과 선호하는 투자대상을 선택하여 만드는 사모펀드는 증가하고 있다. 이는 투자의 주도층인 자산가들의 니즈에 맞추어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유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중심의 시장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시장의 변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 기술적인 진보는 금융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핀테크로 압축하여 설명되는 금융분야에서의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자산관리의 성장과 모바일을 통한 금융서비스로 대면상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해결된 편리함과 시간절약만이 투자 방향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동일한 품질에 가격만 경쟁하는 물건이라면 굳이 발품을 팔지 않더라도 온라인의 편의성은 극대화될 것이다. 핀테크를 통한 대출서비스는 결과적으로 가격에 해당하는 대출이자의 수준까지 편의성이 높아져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투자상품은 여전히 상당한 경험과 조언이 필요한 분야이므로 쉽게 정착되기까지는 시행착오가 불가피해 보인다.
시행착오에 대한 근거로 최근 주목받는 행동경제학으로 들어볼 수 있다. 합리적 선택적이론에 따르면 선택대안이 많을수록 좋고 만족도가 커질 것이라고 전제하고 소비자는 일관된 합리적 선택을 한다고 가정한다. 이에 반해 ‘선택의 심리학’ 저자인 쉬나 아이엔거는 선택대안이 많으면 오히려 잘못된 선택을 하여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실험결과를 내놓았다. 투자에 있어서도 개인적 투자성향과 능력에 따른 차이에 따라 적절한 몇가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 핀테크 등에서 주먹구구식 나열된 수많은 투자방법에서 선택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금펀드들의 지난 1년의 성과가 부진하다. 연금뿐만 아니라 국내 대다수의 주식형펀드들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장기간 투자를 하게 되면 좋은 성과를 거둘 때도 있고 부진할 때도 있는 법이니 올 한해 부진한 것이 새삼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금융회사나 투자자는 환경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기대수익률이 하향 평준화 되고 있어 전통적인 투자 대상과 제안은 점차 한계에 부딪히고 있고 기존의 방식에 안주하는 것은 점차 투자자들의 신뢰를 점차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소비자 중심의 시장 변화는 시작되었고 금융시장 역시 투자자의 요구와 온라인시장의 확대로 편리함 추구와 쌍방 소통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투자자 입장에 맞는 상품제공 역량과 투자자 맞춤형 대안제시가 근본적 경쟁력이 되어 가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와 수익률 외에도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