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23일 전국 182개 대학 총장에게 ‘대학원생 인권장전’을 마련하고 인권전담기구를 설치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날 “지난해 발생한 ‘인분교수 사건’은 대학원생의 인권 상황이 심각함을 보여줬다”며 “대학원생 인권 문제가 더는 등한시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13개 항목으로 구성된 ‘대학원생 인권장전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가이드라인에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 금지 ▲학업·연구권, 복리후생권 ▲연구결정권 및 부당한 일에 대한 거부권 ▲사생활 보호권 ▲지식재산권 등 대학원생의 권리가 담겼다.
인권위는 해당 가이드라인이 충실히 이행되고 인권침해 사건 발생 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학원생 인권전담기구의 설치도 주문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교육부장관에게 대학에 인권장전, 인권전담기구, 인권교육 실시 등을 유도하기 위한 평가제도의 도입을 권고했다.
‘인분교수 사건’은 경기도의 한 대학 교수인 장모씨가 대학원생 제자 A씨에게 2013년 3월부터 2년 넘게 인분을 먹이는 등 각종 가혹행위를 일삼은 사건이다.
인권위가 지난해 전국 189개 대학의 대학원생 1,9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원생 연구환경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구나 프로젝트 수행 후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25.8%였다.
또한 공동수행 연구로 학업에 지장이 있다는 응답은 34.5%, 교수로부터 원치 않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을 빈번하게 강요당한다는 응답은 18.3%였다. 11.4%는 교수의 논문작성, 연구 수행의 전체 또는 일부를 대신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대학원생은 피교육자이자 노동자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며 “하지만 지도교수와의 특수한 위계관계 때문에 인권침해에 적극 대응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주환인턴기자 thehong@sedaily.com